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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11.12. (수)

경제/기업

기업 62%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반대"

대한상의, 104개 상장사 대상 조사

소각 의무화, 증시 부정적 영향 예상

83% "취득 안하거나 규모 줄일 것" 

 

자기주식 보유 상장사의 62%는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자기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10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관련 기업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62.5%가 소각 의무화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중립적 입장은 22.8%,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14.7%에 그쳤다.

 

 

기업들은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으로 ‘사업재편 등 다양한 경영전략에 따른 자기주식 활용 불가’(29.8%), ‘경영권 방어 약화’(27.4%), ‘자기주식 취득 요인 감소해 주가부양 악영향’(15.9%), ‘외국 입법례에 비해 경영환경 불리’(12.0%) 등을 들었다.

 

응답기업의 80% 이상은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가 입법화되면 자사주 취득을 안하거나 축소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기주식 소각이 의무화되면 ‘취득 계획이 없다’ 는 기업이 60.6%에 달해 ‘취득계획 있다’(14.4%), ‘취득 검토 중’(25.0%) 등의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취득계획이 있거나 검토 중인 39.4%의 기업 중에서도 향후 취득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기업이 절반을 넘은(56.2%) 반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기업은 36.5%, 오히려 자기주식 취득을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7.3%에 그쳤다.


상의는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기주식 취득 후 1~5일간의 단기 주가수익률은 시장 대비 1~3.8%p 높고, 자기주식 취득 공시 이후 6개월, 1년의 장기수익률도 시장 대비 각각 11.2~19.66%p, 16.4~47.91%p 높아 주가부양 효과가 확인됐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소각에 의한 단발적 주가 상승 기대에 매몰될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 기업의 반복적인 자기주식 취득을 통한 주가부양 효과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응답기업의 67.6%는 이미 보유 중인 자기주식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내 소각 의무를 부과하는 안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다만 그중 일부(20.3%)는 기존 보유 자기주식에 대해 소각이 아닌 처분의무만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기존 자기주식 중 ‘배당가능이익 내 취득 자기주식만 소각하고 합병 등 특정목적 취득 자기주식에 대해서는 소각의무를 배제’(23.0%)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며, ‘기존 보유주식도 소각의무 전면 부과’하자는 의견은 9.4%에 그쳤다.

 

응답기업 다수(79.8%)는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지 않는 대신 ‘신규취득 자기주식에 대한 처분 공정화’에 동의했다. 현재 신주발행 시 신기술도입과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제3자 배정을 허용하는데, 자기주식 처분도 이에 준해 제3자에 대한 처분을 인정하자는 취지이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기업의 자의적인 제3자에 대한 자기주식 처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소각 의무화보다는 처분 공정화에 방점을 두면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등을 위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외 주요국 가운데 자기주식 보유규제를 두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으며, 독일의 경우 자기자식 보유 비율이 자본금의 10%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은 3년 이내 처분해야 하고 기한 내 처분하지 못하면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미국·영국·일본 시총 상위 30위 기업 중 58개사(64.4%)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평균으로 비교한 경우에도 미국(24.54%), 일본(5.43%), 영국(4.93%)에 비해 우리나라의 보유 비중(2.95%)이 적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면서 “당초 제도 개선의 취지를 생각하면 소각이 아니라 처분 공정화만으로도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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