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민간위탁·보조금 등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한 대안 마련 작업이 전국 지자체와 국회에서 활발하게 모색되는 가운데, ‘보조금 검증제도’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세무사회가 주관했으며, ‘세금 낭비 막는 보조금 검증제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토론회를 주최한 양부남 의원은 “본인이 국회에 제출한 보조금법 개정안은 보조금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행정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토론회에서 학계, 시민단체, 세무사회와 공인회계사회 관계자가 모여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하고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은 “보조금 지출을 전문가에게 맡겨 검증하게 하는 이유는 회계사나 세무사 밥그릇을 위한 것이 아니고 세금 낭비를 막고 국민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서”라면서 “보조금 정산검증제도를 두면서도 또다른 세금낭비를 만드는 제도가 된다면 이는 회계사든 세무사든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에 토론회를 기점으로 혈세 낭비를 확실히 막고 국민 비용과 편익을 높이는 입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인 신승근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보조금 및 민간위탁 사업비 등 국민 세금이 투입된 공공부문 예산 낭비를 막으려면 세무사와 회계사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일본은 세무사가 지자체 외부감사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장부에 대한 증명제도가 제도화돼 있다”며 “지난해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 역시 세무사가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세무사의 검증 능력이 확인됐고 세무사 및 세무법인을 검증기관에 포함하는 법안과 조례가 다수 발의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일본의 사례처럼 세무사와 회계사가 같이 보조금 및 민간위탁사업비 전문가 검증을 맡는 것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면서 “세무사는 조세정의 수호자로서, 회계사는 재무진실성 수호자로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 효율적인 업무분담을 통해 국가 예산을 절감하고 전문가로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김선명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최근 정산보고서 검증대상 기준 금액을 대폭 하향해 검증대상이 2만여 건으로 대폭 늘어나고 있는데, 검증기관을 회계사로 한정하고 있어 검증기관 부족에다 부실 검증으로 국민과 국가가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수도권 이외 지역의 오지에 있는 소규모 보조사업자는 검증 구인난에 시달리고 제대로 검증도 못받으면서 많은 비용까지 지출하고 있어 가까운 세무사에게 받을 수 있도록 청원서를 낼 정도이기에 정산검증을 세무사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세금낭비를 막고 국민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좋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재정전문가 조경희 와세다대 박사는 “일본 공인회계사와 세리사 모두가 수행할 수 있는 보증 업무로는 지방자치법상의 포괄 외부감사인 회사법상의 회계참여 등이 있으며, 지방자치법에서도 외부감사인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일본의 제도를 소개했다.
이어 남우진 한국납세자연대 대표는 “검증제도의 설계는 직역 이해관계나 비용 논리를 넘어서 국민의 감시권과 세금의 책임 있는 사용을 보장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면서 “검증을 특정 직역이 독점하면 비용은 올라가고 검증의 질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검증주체를 다양화하고, 회계사 세무사 등이 역할을 분담해 협업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한국공인회계사회 본부장은 “회계감사가 아니라 단순확인업무라고 하는데 단순확인업무로 중요한 보조금 부정사례들을 적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조례안은 업무수행자를 어떻게 정할 것이냐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러려면 업무 자체도 같이 설계하라고 명확히 써있다”면서 “보조금은 검증업무로서 회계사의 고유업무로 지금 10년 동안 운영하고 있는데 업무에 대한 변경없이 세무사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간 비교할 때에는 제도, 환경, 자격자 수, 법률 등을 따져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은 “결국 세무사법에 따로 직무로 정하지 않아 보조금 정산검증이나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서검사를 할 수 없다는 주장 논리는 법체계 인식 오류로 잘못이며, 아무리 세금낭비를 막고 국민편익을 높이고자 해도 기득권을 지켜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