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4.30. (수)

내국세

열정과 끈기로 빚어낸 대역전극...국세청, 5천억대 세금 지켜냈다

1·2심 패소했던 론스타 소송치밀한 법리 제시로 파기환송 이끌어내

12년간 이어진 효성그룹 소송40회 걸친 치열한 공방 끝에 승소

제도 고치고 내부집행체계 개편만으로 수조원대 세수 블루오션 발굴도

 

 

최근 국세청이 고액 조세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며 혈세를 지켜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4월에 있었던 2건의 소송만으로 5천억원대의 세금 유출을 막아내, 12조2천억원의 추경편성안을 국회에 제출한 정부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앞서 대법원은 4월24일 론스타가 제기한 2천430여억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론스타는 세액의 환급청구권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1심과 2심 모두 국세청이 패소한 론스타 사건의 이번 결과는 사실상 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심과 2심을 모두 패소한 후에 대법원 상고심에서 승소하는 확률은 극히 낮아, 대법원 사법연감(2024년)에 따르면 민사소송에서 원판결을 파기해 대법원에서 새로운 처리를 한 경우는 3.4%에 불과하다. 1·2심 모두 패소 후 승소할 확률은 이보다도 더 작다는 얘기다.

 

론스타와의 소송전에서 1·2심 모두 국세청이 패소하자 국세청 내부에서조차 '승소가능성이 없다'며 지연이자 부담 등을 고려해 세금을 미리 내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을 정도로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그럼에도 연봉만 수십 배 차이 나는 대형 로펌 변호사를 상대로 열정과 논리로 무장한 국세청 송무분야 직원들은 조세법 및 민사법적 법리와 증거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방대한 관련 논문과 연구자료를 제시하며 고군분투한 결과 대법원에서 짜릿한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보다 앞선 4월3일, 12년에 걸친 효성그룹과의 2천560여억원 세금 소송에서도 국세청은 최종 승소했다.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완승한 이번 사건은 2013년 세무조사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소송진행 과정에서 국세청 직원들이 똘똘 뭉쳐 대응한 결과물로, 1심과 2심을 합쳐 총 40회에 걸쳐 진행된 변론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갔고 12년간 이어진 소송은 국세청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러한 조세소송 외에도 국세청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서 국가재정 조달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작년 7월 취임 이후 어려운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세정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각종 불합리한 제도를 고치고 내부집행 체계를 개편하는 자구노력을 통해 세율 인상 없이도 새로운 세원 발굴이라는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등 수조원의 세수 증대 효과를 거뒀다.

 

대표적인 세수 블루오션으로는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의 대대적인 확대 시행이 꼽힌다.

 

과거에는 고가 부동산 조사에서 예산 부족 등의 사유로 감정평가를 하지 못해 놓치는 세금이 많았다.

 

작년 하반기 강민수 청장은 직접 기재부 예산실을 찾아가 수차례 설득했으며, 우연히 KTX 기차 안에서 기획재정부 예산실 고위관계자를 만나자 감정평가사업 확대의 당위성과 세수와의 연계에 대해 열띤 설명을 한 끝에 어렵게 예산 51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초고가 아파트나 호화 단독주택에 대해 시가에 가깝게 감정평가를 할 수 있게 됐으며, 이미 올해 1분기부터 직·간접 효과를 얻기 시작한 것은 물론, 연내에 투입 예산 51억원의 200배에 달하는 약 1조원 상당의 추가 세수 확보를 내다보고 있다.

 

국세청 내부직원들도 어려워하는 연말정산시스템을 지난 1월 전면 개편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연말정산 과다공제 관행이 암암리에 존재했고 국세청에서도 이를 점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강 국세청장은 취임 이후 예산 등 추가적인 자원 투입 없이 가용가능한 모든 자료를 활용해 연말정산시스템 개편을 추진했다.

 

이같은 노력과 의지의 결과, 올해부터는 2천만명의 국민들이 보다 정확하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공제기준을 초과한 부양가족자료를 자료제공 범위에서 원천 차단하는 등 연말정산시스템을 대폭 개선했다.

 

이를 통해 과다공제 정정 과정에서 납세자가 겪는 불편과 가산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고, 부수적으로 8천억원 상당의 세수 효과도 얻게 된 것으로 국세청은 설명하고 있다.

 

보험업종의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개선은 관계부처와 협업해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한 대표적인 사례다.

 

2023년 국제회계기기준(IFRS-17)이 새로 도입돼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되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대폭 상향됐으며, 그 결과 2023년 보험사들의 영업이익이 급증했음에도 2024년 법인세 납부세액은 거의 없는 과세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이에 국세청은 기재부와 금융위 등 여러 관계부처를 찾아가 설득한 결과 준비금 설정 비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올해에만 약 1조5천억원 상당의 추가적인 세수 증대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으론, 지난 1월 출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등으로 전세계가 혼란스럽고 국내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국세청은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세입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더욱이 대통령 탄핵정국을 맞아 시계제로 상황에서 정부부처들이 고전 중인 가운데, 세율 인상 없이도 효과적인 세수확보 수단을 계속 발굴하고 있는 국세청의 노력이 눈에 띌 수밖에 없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용하게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