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관, 가상자산 시세차익 노린 2조 규모 불법외환거래 적발
무역대금 위장 1조3천40억, 환치기 3천199억
불법송금대행 3천800억, 현지 인출 687억
16명 검거…검찰 송치 2명, 과태료 7명, 추가조사 7명
관세청, 은행에 기업 수출입정보 제공 서비스 추진

관세청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불법 외환거래가 의심되는 23개 업체 명단을 이첩받은 후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서울중앙지검 및 금융감독원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들 업체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국외 재산 도피·자금 세탁 여부 등을 면밀하게 조사 중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이달 14일 우리·신한은행에 대한 현장확인과 시중 은행에 대한 자체점검 결과, 비정상적인 65억4천만달러 규모의 외환송금 거래를 적발한데 이어, 불법외환 거래가 의심되는 65개 업체를 지목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이들 의심거래가 파악된 혐의업체의 명단을 관세청 등 유관기관에 이첩할 것을 밝혔으며, 관세청은 이들 업체 가운데 1차적으로 23개 업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한편, 관세청과 금감원과의 공조 조사 외에도 서울본부세관이 올해 2월부터 가상가상자산 관련 불법외환거래 기획조사를 통해 총 2조715억원 규모의 불법외환거래를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가상자산과 연계된 불법 외환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국내·외 가상자산 시세차익을 노린 이들은 무역거래를 가장해 불법으로 외화를 해외로 송금한 후 가상자산을 구입해 국내에서 되파는 수법을 동원했다. 국내 직불카드 수백장을 갖고 해외로 출국해 인출한 후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서 국내에서 판 수법도 드러났다.
서울세관은 이번 기획조사를 통해 총 16명을 검거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검찰 송치하고 7명은 과태료를 부과한데 이어, 7명은 추가 조사 중이다.
서울세관은 이번 기획조사에 앞서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을 이용한 1조7천억원대의 불법외환거래를 적발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으나, 여전히 가상자산과 연계된 불법외환거래가 근절되지 않자 올해 2월부터 자체수집 정보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외환자료를 바탕으로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기획조사 결과, 해외에 소재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다수의 가상자산 구매와 관련된 불법 외환거래가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주요 유형으로는 전통적인 수법인 무역대금을 위장한 불법 외환거래가 적발됐다. 국내·외 가상자산 시세차익을 노리고 시중은행을 통해 무역대금으로 위장한 1조3천40억원 규모의 자금이 해외로 송금된 사실이 밝혀졌다.
일례로 A씨는 지인 명의로 국내에 여러 개의 유령회사를 설립한 후 화장품을 수입하는 것처럼 위장해 수입 무역대금 명목으로 은행을 통해 해외로 외환을 송금했다. 이후 이 자금으로 해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한 후 국내 전자지갑으로 이체해 국내거래소에서 매도하는 거래를 수백차례 반복해 약 50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환치기 수법도 동원돼, 해외에서 구입한 가상자산을 국내로 옮겨 판 뒤 특정인에게 자금을 지급하는 3천199억 규모의 불법외환거래도 적발됐다.
해당 사례로는 국내에서 무등록 환전소를 운영하는 B씨는 해외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해외→국내’ 송금을 원하는 의뢰인들로부터 현지화폐를 받아 해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토록 했다. 이후 B씨 소유의 국내지갑으로 이체하면, B씨는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도해 원화를 확보한 후 의뢰인들이 지정한 사람들에게 계좌이체 또는 현금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외 가상자산 구매 희망자들의 자금을 받아 은행을 통해 무역대금을 가장한 3천800억원 규모의 송금을 대행하고 수수료를 챙긴 불법적인 송금대행사례도 있었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운영하는 C씨는 모집 알선책을 통해 알게 된 가상자산 구매희망자 70여명으로부터 수년간 4천억원을 받아 본인 소유 회사명의의 수입 무역대금 지급을 가장해 은행을 통해 해외로 불법송금했다. C씨는 이 과정에서 10억원의 송금대행 수수료를 챙겼다.

국내·외 가상자산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해외로 출국한 후 현지에서 직접 외화를 인출해 687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매수한 사례도 이번 기획조사에서 발각됐다.
대학생 D씨는 본인과 지인 명의로 발급받은 국내 은행직불카드 수백장을 이용해 수십차례 해외를 드나들면서 해외에서 외환을 출금했다. 이후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한 후 이를 국내 본인명의 전자지갑으로 이체해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민근 서울세관 조사2국장은 “국내·외 가상자산의 시세차익을 이용하기 위한 외환거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주의를 환기한 뒤 “환치기 등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외환범죄를 엄정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현행 가상자산 관련 불법외환거래 적발시 과태료·벌금 외에도 징역형에 처해지는 등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무등록으로 외국환업무를 한 경우 외국환거래법 제8조에 따라 3억원 이하 벌금 또는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지며, 허위증빙을 통한 외화 송금시 외국환거래법 제15조에 따라 위반금액 100분의 4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은 외화 지급시에는 같은 법 제 16조에 근거해 25억원 이하는 위반금액의 100분의 4에 해당하는 과태료 처분을, 25억원 초과시에는 형사처벌로 1억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형이 내려진다.
한편, 관세청은 무역대금을 가장한 불법 외환거래 차단을 위해 ‘기업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은행에 ‘기업 수출입정보’ 제공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