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 발표를 하루 앞두고 감세정책 문제점을 짚는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참석자들은 법인세 감세에 따른 투자와 고용효과에 의문을 표하는 한편,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감세정책에 따른 지방재정 감소 대책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소득세 과세표준 조정이 면세자 비중을 줄여간다는 소득세 정책 개선방향과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구체적인 재원 조달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은 데다 급격한 고령화 등 재정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중장기적 재정지출 축소 유지 가능성에 우려 섞인 시선이 이어졌다.
장혜영 국회의원과 정의당 민생대책위원회, 참여연대는 20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5월3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국정과제 이행에는 약 209조원의 추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강력한 재정지출의 재구조화와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 증가 외에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재원 마련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조달에는 한계가 있고 경기회복에 따른 세원 증대도 불확실성이 큰 만큼 재원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강 교수는 분배와 고용, 재정건전성의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는 조세체계를 구축·발전시켜야 한다며 ‘누진적 보편증세’를 주장했다. ‘넓은 세원 적정세율‘ 원칙 하에 소득세와 자산세 중심의 세입 확충을 기반으로 재정지출의 증가에 따라 점차 소비과세 확충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세목별로는 소득세는 △최고세율 적용 과세표준 하향조정 △전 소득구간에서의 한계세율 인상 △근로소득공제·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제시했다.
법인세는 △최고세율 적용 과표 하향 조정 △과표 2~3단계로 단순화 △최저한세율 상향조정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신설을 주장했다. 또한 부가세는 면세범위 축소 조정이 필요하나 세율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세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 △최소한의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1세대1주택 소득공제방식 전환을, 상증세는 △가업상속공제 축소 △유산취득세 전환시 세율체계의 동시 개편 △법인의 회계투명성 제고방안 검토 등을 주장했다.
정세은 위원 “법인세 인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실패"
김태일 교수 "법인세 감면, 기업 탄소중립 전환과 연계 바람직"
손종필 위원 "소득세·법인세 감세 따른 지방재정 보전대책 필요"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인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실패한 것이 판명된 정책”이라며 “당시 감세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진과 세수결손으로 재정건전성마저 위협받았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법인세 감세에 따른 투자와 고용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전방위적인 감세정책이 대기업, 고자산가에 대해 이익을 안겨주지만 낙수효과를 일으켜 투자가 증가하고 좋은 일자리가 증가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정다운 조세재정연구원 세수추계팀장은 "현재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며 "근로소득공제·근로세액공제를 축소하되 부부와 자녀 중심의 가족 친화적 세액·소득공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의 과세형평 검토도 강조했다.
그는 "소득세 최고 한계세율 적용 금액이 OECD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소득세 최고 한계세율 적용기준 금액 하향조정과 면세자 비율 감소를 위한 각종 공제제도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법인세는 장기적으로 단일세율을 지향하되, 제한적 범위의 소규모 기업에 한해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기업규모를 기준으로 복잡하게 설계된 최저한세율 개선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감세는 쉬워도 증세는 어렵다“며 ”이번 감세정책이 명확한 방향성과 목적을 갖고 중장기적인 시계에서 계획성있게 추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급격한 고령화, 불안정한 경기, 코로나19 장기화, 세계화의 축소, 탄소 중립 등 재정수요가 더 늘면 단기간으로는 지출 억제가 가능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계속 유지는 어렵다는 것.
그러면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관련, 불확실한 투자활성화에 대한 기대 대신 법인세 감면과 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에 대해서도 현재 소득세 부담이 실효세율 기준으로 모든 계층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10%P 가까이 낮다며 면세자 비중을 줄여간다는 소득세 개선방안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손종필 정의당 정책위원회 정책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100개 국정과제 실행에 따른 소요 재원은 209조원으로 추산되며, 지출구조조정과 세수 증가분으로 매년 40조원 이상 확보하겠다는 계산법은 지극히 편의적이고 주먹구구식 방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에 따른 지방재정 보전대책과 함께 물가관리 차원에서의 관세, 유류세 인하에 따른 회계·기금별 재원 보전대책 필요성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