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지출하지 않고 현금 등의 형태로 보유한 미환류소득에 대한 법인세액이 4년간 3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이어서 향후 경기침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5일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미환류소득 법인세 산출세액 현황을 분석해 4년간 납부기업과 산출세액이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미환류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한 상호출자제한기업은 2016년 26곳에서 2019년 204곳으로 7.85배 증가했고, 산출세액 역시 2016년 84억원에서 2천427억원으로 28.89배 증가했다.
미환류소득에 대한 법인세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기업이 투자, 임금, 배당 등으로 지출하지 않고 현금, 예금 형태로 묵혀둔 수입이 많다는 뜻이 된다. 2020년 기준 소속회사를 포함한 상호출자 제한기업은 2천284곳으로 이중 약 10%에서 미환류소득이 발생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기자본 5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은 미환류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내야 하는데, 조특법상 투자와 정규직 전환, 상생협력 등의 지출은 일정 비율 공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컨대 기계장치 등에 대한 투자, 상시근로자의 임금증가액, 청년정규직근로자 채용의 증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중소기업에 대한 상생협력을 위한 지출 등이 공제된다.
양 의원은 이같은 세제 혜택에도 불구하도 미환류소득에 대한 법인세액이 증가한 것은 기업들이 그만큼 투자와 고용문화 개선, 상생협력 등에 소극적인 것을 입증한다고 봤다.
대기업이 투자‧고용에 더 소극적이고 수도권일수록 미환류소득 법인세 납부 기업이 많은 등 기업, 지역간 양극화 현상도 나타났다.
상호출자제한기업과 중견기업 간 평균 미환류소득 법인세 산출세액 격차는 2016년 약 1.1배에서 2019년 3배 가까이 벌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경기도의 미환류소득 법인세 납부기업은 각각 378개, 176개 증가했지만 그 외 광역시도에서는 평균 18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것 역시 현금성 자산을 축적하는 현상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기업의 이익잉여금은 2015년 791조7천억원에서 2018년 1천41조1천억원으로 31.51% 증가했다.
양 의원은 “기업이 현금을 쌓아놓는 근본적인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경쟁력 있는 신산업을 발굴하지 않고 금융‧부동산 등 비경제적 자산투자에 몰두한다면 고용침체를 야기해 국가 경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K-뉴딜을 대표하는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증가한 산업”이라며 이같은 고부가가치 신산업에 과감히 투자해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