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주세 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됨에 따라 캔맥주의 출고가격은 낮아지고 생맥주는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높은 제조비용으로 제품의 원가가 비쌌던 수제맥주는 이번 종량세 전환으로 주세 부담이 낮아져 가격경쟁력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맥주, 탁주에 대한 주세 과세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주세법이 올해 1월1일자로 시행됨에 따라 ‘술’과 관련된 과세체계와 규제개혁 방안을 5일 안내했다.
주류는 국민건강, 음주운전 등으로 유발되는 사회적 비용이 커 다른 품목에 비해 높은 세율(최고 72%)을 적용한다. 덧붙여 교육세(최고 30%)도 부가하고 있다. 주세법이 제정된 1949년 당시에는 종량세 체계였으나, 1968년에 주류소비 억제 및 세수증대를 목적으로 종가세로 전환했다.
종가세는 주류 제조업자가 제품을 출고하는 때의 주류가격 또는 주류 수입업자가 수입신고를 할 때의 주류가격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주류의 종류가 동일하더라도 제품의 가격이 낮으면 주세를 적게 납부하고, 가격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많은 주세를 납부하게 된다.
이와 달리 올해부터 시행되는 종량세는 출고되는 주류의 양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주류가격이 다르더라도 주종이 동일하고 동일한 양을 출고했다면 주세가 동일하게 부과된다. 종량세 체계는 OECD 35개국 중 30개국이 채택하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종량세 전환으로 주류품질 개선, 불합리한 차별 해소, 가격혜택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종량세는 고품질 주류개발을 촉진하는데 있어 종가세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종가세 체계에서 고품질의 맥주를 생산하는 경우 높은 제조비용으로 인해 출고원가가 올라가면 그만큼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종량세에서는 출고원가가 오르더라도 동일한 세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만한 고품질의 맥주를 추가 주세 부담없이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종량세는 수입맥주와 국산맥주의 차별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과세시점의 차이로 인해 국산맥주가 수입맥주에 비해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출고시점의 가격에 주세를 부과하는 국산맥주의 경우, 제조원가는 물론 판매관리비와 매출이익 등이 모두 과세표준에 포함됐다.
반면 수입신고 시점에 주세를 부과하는 수입맥주의 경우 ‘수입가액’과 ‘관세’만 과세표준에 포함되고 판매관리비와 매출 이익 등이 과세표준에서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국산맥주에 비해 수입맥주에 주세가 상대적으로 적게 부과되고 이는 제품 판매가격의 차이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배경을 이용해 맥주수입업자는 저렴한 판매가격 덕분에 편의점 등에서 수입맥주를 ‘만원에 4캔’으로 판매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하며 국산맥주의 불합리한 차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다.
●종가세와 종량세의 세부담 차이
구 분 (소비 비중) |
ℓ당 주세 |
ℓ당 총 세부담 (주세·교육세·VAT 포함) |
||||
종가세 (종전) |
종량세 (현행) |
증감 |
종가세 (종전) |
종량세 (현행) |
증감 |
|
병(41.1%) |
814원 |
830원* |
16원 |
1,277원 |
1,300원 |
23원 |
캔(27.0%) |
1,121원 |
△291원 |
1,758원 |
1,343원 |
△415원 |
|
페트(16.2%) |
803원 |
27원 |
1,260원 |
1,299원 |
39원 |
|
생맥주(15.7%) |
519원 |
311원 |
815원 |
1,260원* |
445원 |
**생맥주에 대한 경감세율(2년간 20%) 적용 시 ℓ당 주세 664원, 총 세부담 1,023원
주세 과세체계의 종량세 전환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선 맥주의 경우, 병맥주 캔맥주 생맥주 등 종류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병맥주와 페트맥주는 출고가격이 아주 미미한 수준으로 오른다. 그렇지만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국세청 판단이다.
캔맥주는 출고가격이 낮아진다. 종가세 체계에서 주세 부과대상인 과세표준에 포함됐던 캔용기 제조비용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는데, 종량세 전환에 따라 주세부담액과 출고가격이 낮아짐에 따라 가격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생맥주는 출고가격이 높아진다. 대용량 용기로 판매되고 용기까지 재활용되는 특성으로 지금까지 종가세에 따른 주세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2년 간 생맥주에 한해 주세를 20% 만큼 경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종량세 전환으로 가장 수혜를 누리는 주종은 수제맥주다. 규모가 작은 수제맥주 제조회사는 맥주를 제조하는데 드는 비용이 높아 제품의 원가가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었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부담했다. 종량세 전환으로 수제맥주는 주세부담이 낮아져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종가세 체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던 수입맥주사는 종량세 전환으로 기존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것으로 국세청은 관측했다.
탁주는 종가세 체계에서 세율이 5%에 불과하기 때문에 종량세로 전환되더라도 출고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작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급 탁주의 경우 용기비용이 과세표준에서 제외됨에 따라 그만큼 세부담이 줄어들게 되고, 일반 탁주도 양질의 원재료를 사용하는 등 제품의 고급화를 통해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세부담은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국세청은 올해부터 주류관련 스타트업 기업에 1:1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규제혁신 도우미’ 제도를 시행하고, 주류관련 불합리한 규제를 선제적으로 개혁하는 등 적극행정을 펼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