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로 물류대란이 발생,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사태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던 눈치였다. 금융당국의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 불가 및 이에 따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해양수산부가 중심이 돼 풀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가 7일 뜬금 없는 참고자료를 냈다. 그것도 간담회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난 뒤에서다.
골자는 임종룡 위원장이 5일 기자간담회 도중 "물류 사태와 관련, 필요한 시나리오를 검토했지만 구체적인 운항정보 등 선적화물에 대한 화주, 구체적인 운항정보 등을 파악하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언급했지만 "물류대란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한 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사태파악에 한계가 있었다고 이야기한 것이지 예상을 못했다고 말한 건 아니라는, 말장난 같은 해명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금융권과 무역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 수출화물 무역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액이 4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피해 건수도 접수 첫날 32건에서 119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포워딩 업체의 연쇄도산 우려는 물론 배송지연으로 인한 줄소송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정부의 압박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뒤늦게 1000억원을 내놨지만, 이 금액은 법원이 판단한 하역비용인 1700억원에도 부족한 액수다.
업계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앞두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또 부산상공회의소는 물론 해운관련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퇴출될 경우 최대 17조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2300개의 일자리가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묵살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둔 시점에서 물류 문제로 대목을 놓칠 우려도 커졌다. 미국의 경기가 홀로 선방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운 대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외면했다. 그리고 채권단 중심으로 추가지원에 선을 그었다. 한진해운은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결국 우려하던 문제가 터졌다. 금융위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사태 예측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선적화물에 대한 구체적인 운항정보 등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이(물류) 문제를 사전에 아주 질서 있게 하고 저것은 어떻게 하고 하는 그런 방식의 대비를 다 할 수 없었던 한계가 있던 것이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금융위는 물류대란에 대한 뾰족한 방안도 내놓지 못한채 해수부에 의존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해수부가 중심이 돼 전 부처가 달려들어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추진해나가겠다"며 "금융위와 채권단도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운업은 복잡한 관계가 얽혀 있는 산업"이라며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는 것은 바람직했지만 수습이나 대응책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