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일변도 부작용 우려도…"외국처럼 기업들 견해 드러낼 장치 필요"
"김영란법은 우리 기업은 물론 사회가 전반적으로 선진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재계 고위 관계자는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 특히 기업의 후진적 관행과 규범 등을 글로벌 수준에 맞춰 선진화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은 이처럼 국내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경영 생태계를 맞이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면서 나름대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선진형 경영시스템 구축에 전력을 쏟아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부정청탁이나 뇌물 등을 이용해 사업을 하는 후진적 행태를 벌여온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기업들의 자발적 의지보다 행정관청의 비합리적 업무처리나 압박 등이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재벌 총수들도 불합리하고 비도덕적 경영행위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거나 사법처리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않았다.
이같은 사례는 국내 기업들의 대외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결국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메랑으로 작용해왔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해외무대에서 '부패'나 '비윤리적' 기업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한국 브랜드'마저 갉아먹는 상황까지 초래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란법 도입을 계기로 이제 이러한 행태는 강력 추방하고 기업들의 선진경영이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즉 글로벌 기업의 수준에 맞는 준법경영 시스템을 갖추고 기업과 사회가 전반적으로 선진화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기업들도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다국적기업의 경우 엄격한 규제로 전 세계 임직원에게 숙지시키는 '실천강령(code of conduct)' 등 상세한 지침을 정해놓고 있다. 주요 다국적기업 실천강령을 살펴보면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정한 의도를 지닌 뇌물은 당연히 전면 금지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김영란법 취지에 공감하며, 한국 사회를 선진화하려면 필요한 법이라는 것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이 분명하다"면서 "김영란법 취지에 맞게 기업들이 앞장서 실천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기업들은 기존의 대관업무 관행을 점검하고 내부 준법감시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행동강령과 업무기준 등 실무지침을 기업의 특성과 실정에 맞게 제정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두현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법무보좌관은 "기업이 김영란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 활동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그룹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지금까지 무심코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이 문제가 되지 않는지 관련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점검을 실시해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면 관행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B그룹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업무 수행 중 일어날 수 있는 사례들을 점검하는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의 법규 해설집과 교육자료 등을 중심으로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사내 교육하고 있다"며 "(기업 관계자로 부탁)기업 입장에서 법률 준수를 위해 준비하게 될 것으로 법률을 위반하는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관련 내용을 사내 임직원들에게 알릴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들은 김영란법이 정당한 대 정부 및 언론에 대한 접촉마저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 등에서는 기업들의 부당한 경영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벌하는 대신 정당한 로비활동에 대해서는 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문제가 있으면 일단 '무조건 막고만 보자'는 식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이뤄지고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이나 견해를 적절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기업들이 기존에 수행하던 활동 상당부분이 법에 적용되기 때문에 과거의 업무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법보다 높은 수준의 규범을 스스로 실천하는 선진화된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