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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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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80여명, 정세균 의장과 2시간 심야대치 끝 철수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2일 정 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논란과 관련, 국회의장실에서 2시간 동안 대치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 의장에게 개회사 논란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 본회의 사회권을 여야 국회 부의장 중 1명에게 넘기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처리에 협조하겠다고 압박했지만 정 의장은 개회사 논란과 별개로 추경만 통과시키자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 80여명은 1일 오후 10시50분께부터 의원총회 장소인 국회 본청 2층에서 3층에 위치한 국회의장실로 이동했다. 의장실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과 의장실 직원들이 충돌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장실 가운데 의자에 앉아있는 정 의장을 둘러싸고 비난을 쏟아냈다. 김성태 의원은 정 의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아니 말이야.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하고 사과를 못하면 사퇴를 해야지"라고 비난했다. 박대출 의원은 "저희들은 의장님이 오늘 하신 말씀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으니까 물러나세요"라고 압박했다.

이외에도 여러 의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비난하자 정 의장은 "뭐가 잘못됐습니까"라고 응수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뭐가 잘못됐냐니"라며 고성을 질렀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정진석 원내대표가 의장실에 들어와 정 의장 옆에 앉아 "지금 최소한의 책임감을 느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의원들 개개인이 다 인격체고 판단능력이 있고 입법기관"이라며 정 의장의 입장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자 정 의장은 "내가 여러번 여러분의 대화를 들었어요. 그리고 내가 할 말도 했고"라고 밝혔다.

이에 이장우 의원은 "사회권을 부의장에게 넘기세요. 민생법안과 추경을 처리해야 하니까. 지금 우리가 의장님을 인정할 수 없으니까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겨서 내일 아침이라도 신속하게 추경안을 처리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게 국민들에게 할 도리"라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 의장에게 의사봉을 부의장에게 넘겨 본회의를 열고 추경을 처리하자고 촉구했지만 정 의장은 "나는 의도하지 않았다. 나는 정치적 의도가 없다. 내 생각을 표현했을 뿐이다. 국민의 의견을 내가 표현했을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치는 2일 새벽 0시50분에야 해소됐다. 정 의장이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오늘밤 심사숙고를 해 내일 오전 10시에 수습책을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장실에서 빠져나왔다.

이정현 대표는 대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이 본회의) 사회를 공정하게 보고 중립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 자기 당이 있는 사람을 탈당을 시키는 것"이라며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국회의장님이 안 지키시고 이렇게 하면 다른 국회의원들이나 국민들한테 법을 지키란 말을 할 수 없지 않냐"고 꼬집었다.

정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의장이 정치적 중립을 무시하고 편향된 정견을 얘기하는 것은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고 이 부분이 매우 유감스럽기 때문에 국회의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다. 또 추경문제가 시급하기 때문에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겨 달라. 그래서 내일 당장 추경 처리하자는 게 일관된 요구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의장께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의견을 들으니까 많은 생각을 갖게 됐다. 오늘밤 심사숙고해서 수습책을 내놓겠다. 내일 정 원내대표를 만나서 전달하겠다'고 했다"며 "그 얘기를 듣고 해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일 본회의 개최 여부와 추경 처리 여부는 오전 10시를 전후해 발표될 정 의장의 입장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정 의장의 개회사로부터 촉발됐다. 정 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을 제기하고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 수사기관 설치 필요성을 지적했다. 사드 배치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정 의장의 연설 도중 집단퇴장했다.

새누리당은 이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정 의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내용을 담은 사퇴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후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오후 6시부터 수차례 정 의장과 면담을 갖고 개회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정 의장은 이를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본회의 사회권을 여야 부의장 중 1명에게 넘길 경우 추경 처리에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정 의장은 이 역시 거부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 80여명이 정 의장실을 직접 찾아가 2시간 동안 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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