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불허가 결정을 받아낼 수 있도록 청탁을 해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전직 법원 고위공무원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이창열 판사는 경매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모(62)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추징금 200만원도 명령했다.
법원에 따르면 강씨는 2005년 8월 A사의 실질적인 운영자 박모씨와 함께 이 회사 소유의 경남 남해군에 콘도를 신축하기로 한 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5년여 뒤인 2011년 3월 콘도 부지와 건물이 저축은행에 의해 강제경매가 진행돼 최고가 입찰자인 B사에게 매각돼 콘도를 낙찰받을 수 없게 될 위기에 처하자 강씨에게 상의했다.
이에 강씨는 B사에게 매각 불허가 결정이 되도록 경매사건을 담당하는 사법보좌관에게 청탁해주겠다며 박씨로부터 200만원을 받았다.
강씨는 또 2009년 4월부터 한 경매컨설팅 업체와 컨설팅 용역계약을 맺은 의뢰인들에게 허위 말소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거나 유치권 신고를 하면서 다른 입찰자들이 부동산 경매에 참가하지 못하게 막아 낙찰가를 떨어뜨리는 식으로 조언하는 업무도 했다.
알고 보니 강씨는 서울중앙지법 집행관까지 지낸 인물로, 2010년 11월에도 경매방해죄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이 판사는 "경매방해죄로 집행유예의 선처를 받은 지 얼마되지 않아 경매사건 담당 법원 공무원에 대한 청탁을 빙자해 금품을 수수하고도 자신의 범행을 부인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경매절차에 관해 상당한 법률적 지식을 가진 강씨가 이를 이용해 범행함으로써 경매절차를 지연시키고 경매목적물이 정당한 가격에 낙찰되는 것을 방해해 다수의 이해관계인에게 피해를 주게 되므로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죄질 또한 무겁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청탁 명목으로 수수한 금액이 크지 않고 경매방해 범행으로 실제 취득한 이익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판사는 강씨의 혐의 중 A사의 명의로 약속어음을 발행·공증해 1700만원 상당의 예금을 수령한 것은 사기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A사 근저당권자인 D사의 경매보증금 명목으로 4000만원을 송금받아 임의 사용한 점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