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 7일 '맥주보이' 허용 등 주류(酒類)관련 고시·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8일에는 후속조치로 관련고시 및 주세사무처리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슈퍼마켓 등 소매점이 대면 판매한 주류의 배달 허용 ▶치맥 등 음식점의 음식에 수반되는 주류의 배달 허용 ▶맥주보이, 치맥페스티벌 등 한정된 공간의 주류 판매 허용 등이 주요 골자다.
이번 고시·규정 개정은 국세청 표현을 빌리자면 "국민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현실에 맞게 개선한 것"인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난 4월 '맥주보이' '와인택배' 논란이 불거진 후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개정에 나섰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싶다.
우선 슈퍼마켓에서의 주류 배달은 소주, 맥주, 막걸리 등 주종에 상관없이 가능해지게 됐다. 백화점에서의 와인, 위스키, 고량주, 사케, 보드카 등의 택배 배달도 마찬가지다.
치킨 가게의 '치맥', 중국집의 고량주, 족발집의 막걸리·소주 배달도 모두 합법이 됐다.
언론에서 떠들었던 '맥주보이'와 관련, 고시가 개정되면 야구장내에서 맥주나 소주 등을 팔 수 있게 된다. 개정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주종에 상관없이 술을 팔 수 있게 되지만, 국세청은 KBO와 업무협의를 통해 세부적인 사안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장 뿐만이 아니다. 축구장, 농구장에서의 술 판매도 (신청하면)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식약처가 야구장 전체를 영업장으로 본다는 취지로 해석했으니, 같은 체육시설인 축구장·농구장을 다르게 해석할리 없다. 물론 축구장·농구장에서의 '맥주보이'는 야구장에 비해 덜하긴 하다.
국세청은 고시에서 주류 판매장소는 세무서장이 면허신청 목적 등을 고려해 체육시설 등 한정된 공간 전역으로 승인할 수 있다고 약간의 단서를 달고 있지만, 야구장은 되고 축구장·농구장은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술을 구입해 마실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규제를 풀어야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관련조사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자 160만명, 국가 경제적 손실액 연간 24조원 등 음주로 인한 폐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외국 선진국에 비해 술을 구입하고 마시는데 큰 불편이 거의 없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고시·규정과 관련해 국세청은 "변화된 현실과 국민 눈높이에 맞춰 개정한다"고 했는데, 그럼 한켠에서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고 심지어 정부 다른 부처(공정위)에서도 바라고 있는 와인 인터넷 판매는 왜 허용하지 않나?
국세청 스스로 지금껏 술은 '규제산업'임을 공언해 왔는데, 현실 여건이 변했다며 국민들이 손쉽게 술을 구입해 마실 수 있도록 관련규제를 풀고 있는데 대해 잘했다고 박수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