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젖은 채 귀가했다는 이유로 외도를 의심해 아내를 폭행하고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정선재)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는 자신의 처인 피해자의 외도를 의심하고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발로 차 피해자의 뒷머리를 팔걸이 모서리에 부딪히게 했다"며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가치인 피해자의 생명을, 그것도 30년 동안 동고동락한 자신의 처인 생명을 잃게 했다는 결과에 중대성에 비춰 그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1시간 이상 전화를 받지 않던 피해자를 집 주위에서 기다리다가 화를 내며 추궁하던 중 머리카락이 젖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바람을 피운 것으로 순간적으로 잘못 생각했다"며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범행 직후 피해자의 머리 쪽에 피가 흥건히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러 119에 연락하도록 구조를 요청했다"며 "피해자가 중태에 빠지고 고성을 지르고 울부짖는 등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피해자와 30여 년간 부부로 평소 술에 취해 주사를 부리기는 했으나 비교적 원만한 혼인생활을 유지해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자녀를 건전한 사회인으로 아내와 함께 양육한 점, 당심에 이르기까지 깊이 참회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 자녀들도 당심에서 A씨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10월 경기 광주의 자택에서 아내가 귀가하지 않자 외도를 의심하던 중 귀가하던 아내를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A씨는 귀가하던 아내의 머리카락이 젖어있자 외도임을 확신하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배우자인 피해자의 외도를 의심해 사실 확인을 더 해보지도 않은 채 잔혹한 범행수법으로 피해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사망이라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해 결과가 중대한 점에 비춰보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