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73)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자녀들이 증여받거나 증여받은 재산으로 취득한 주식이 합병에 따른 상장이익을 얻게되자 증여세 대상에 포함하는 옛 상속세 및 증여세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 12월 개정된 옛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5 제1항과 2003년 12월 개정된 같은 법 제41조의5 제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내부정보를 가진 최대주주 등이 주식 등을 특수관계인에게 증여하거나 취득하게 한 후 일정한 기간(2002년 개정 법률은 3년, 2003년 개정 법률은 5년) 내에 상장법인과 합병을 실시해 상장이익이 발생한 경우, 그 합병에 따른 상장이익에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해당 조항은 주식 등 재산의 증여 또는 취득 시점에 사실상 무상으로 이전된 재산의 가액을 실질적으로 평가해 과세함으로써 조세부담의 불공평을 시정하고 과세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 등을 증여받은 경우는 물론,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 등을 유상으로 취득한 경우와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으로 최대주주 등 이외의 사람으로부터 주식 등을 취득하는 경우도 합병상장이익의 이전이라는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므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합병상장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기 위해서 '주식 등을 증여받은 날 또는 주식 등을 취득한 날부터 3년 또는 5년 이내에 그 주식 등의 당해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주권상장법인 또는 협회등록법인과 합병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규정하면 합병상장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를 회피하려는 행위를 막을 수 없고, 지나치게 길게 규정하면 납세의무자가 너무 오랫동안 불안정한 지위에 놓인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기업의 주요정보를 알 수 있는 최대주주 등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우회적인 상장이익 증여행위에 대해 적정한 과세를 함으로써 조세정의의 확보라는 공익을 실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반면 납세의무자의 불이익은 크지 않으므로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최대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합병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기회의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다른 지위에 있어 양자를 다르게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천 회장의 자녀 3명은 지난 2003년부터 2005년 사이 세중여행과 세중나모여행, 세중항공여행 등의 주식 52만여주를 취득했다.
이후 세중항공여행은 2005년 7월 세중여행에 흡수합병됐고 세중여행도 2006년 7월 세중나모여행과 합병하면서 해산했다.
세무당국은 이들이 천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취득할 돈을 받거나 주식 자체를 증여받는 방법으로 세중나모여행 주식 등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모두 183억7000여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반발한 천 회장의 자녀들은 2012년 6월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을 냈고 이듬해 10월 항소심 과정에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