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 공기업 등에서 조직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공무원의 도덕성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자체감사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제 식구 감싸기' 행태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1월 중앙정부, 지자체, 지방교육청, 공기업 등 30개 기관을 대상으로 자체감사기구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자체감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36건을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충남도와 평택시는 2013년 3월부터 2015년 6월까지 검찰로부터 각각 소속 직원 43명과 1명이 모종의 범법행위로 인해 기소유예 처분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수사기관으로부터 기소유예 결정을 받은 사건의 경우라도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의결을 요구해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은 채 '훈계' 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평택시는 또 체육행사에서 부하 여성공무원 5명을 성희롱한 국장급 간부에 대해 오랜 기간 공직에 헌신했고 이미 명예퇴직 의사를 표명했다는 이유로 징계의결 없이 훈계 처분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동작구청의 경우 한 편의점이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민원인의 신고를 접수한 담당 공무원이 해당 편의점 관계자에게 민원인의 연락처 정보를 무단으로 전달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징계 없이 훈계 처분만 내렸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2014년 1월 인천기지본부에 근무중이었던 한 직원이 사택 장기수선충당금 774만여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해 이를 처리하면서 공금횡령은 파면이나 해임 처분을 내리도록 한 상벌규정을 어긴 채 '정직 3개월'로 부당 감경했다.
또 관련 규정에서는 200만원 이상의 공금 횡령이나 유용은 고발토록 하고 있음에도 해당 직원이 횡령액을 변제했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 없이 사건을 종결시켰다.
징계대상자에 대한 부당 승진이나 표창 사례도 적발됐다.
신용보증기금은 비위사실이 적발된 팀장급 직원에 대한 징계를 즉시 실시하지 않고 미뤄뒀다가 승진 발령이 난 후에야 견책 처분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견책 처분만 받아도 6개월간 승진에서 제외토록 돼 있는데 가벼운 징계로 승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 징계대상자에게 장관 표창을 수여했을 뿐만 아니라 표창을 받은 사실을 근거로 징계 수위를 견책에서 '경고'로 부당 감경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