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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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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회원권 싸게 사줄께"…35억 챙긴 '가족 사기단' 적발

'아버지는 회장, 누나는 재무이사, 남동생은 영업본부장'. 여기에 바지 사장 영입까지. 고가의 골프회원권 사기를 치기위해 뭉친 가족들의 계획은 치밀했다. 이들 '가족 사기단'은 골프회원권 거래업체를 차린 뒤 남의 골프회원권 사본 등을 이용, "회원권을 싸게 거래해 주겠다"며 재력가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 무려 35억원을 가로챘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같은 혐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로 최모(66)씨와 그의 아들 최모(34)씨, 딸 최모(37)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윤모(36·여)씨, 황모(37)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골프회원권 거래소 사무실을 차려놓고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28명에게서 회원권 거래대금 35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최씨 남매는 원래 개인사업자 명의로 몇 년 동안 골프회원권 거래업체를 운영했었다. 그러던중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동생 최씨가 고객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도박을 하다가 '돌려막기'를 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좀처럼 도박을 끊지 못한 최씨는 '돌려막기'가 한계에 달하자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다.

아버지와 남매는 이 때부터 범행을 계획했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건설시행사 법인 상호를 골프회원권 거래소 상호로 변경하고 함께 골프회원권 거래 일을 하던 이들을 '과장'직함으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바지사장' 역할을 하다 나중에 횡령을 했다며 '위장 자수'를 담당할 또 다른 최모(32)씨도 포섭했다.

아버지 최씨는 자신을 회장이라고 지칭했고, 남동생 최씨와 누나 최씨는 각각 영업본부장, 재무이사라는 직함을 달았다.

본격적으로 사기행각에 나선 이들은 골프회원권 거래 일을 해오던 윤씨 등에게 그간 쌓아온 회원권 구매 희망자 연락처를 이용, '저렴하게 골프회원권을 구매해주겠다', '구하기 어려운 골프회원권을 구해주겠다'는 내용의 홍보 문자를 보내도록 했다.

문자를 보고 찾아온 고객들에게 이들은 종전에 거래를 했던 사람들의 주민등록증과 회원권 사본을 보여주며 실제 양도권이 있는 것처럼 꾸민 뒤 대금을 미리 받아 가로챘다. 그런 뒤 "골프회원권 양도인의 인감증명서 유효기간이 지났다", "양도인이 해외 출장을 갔다"는 식으로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지난해 12월 평소 구입하고 싶었던 골프장의 회원권 매입이 가능하다는 광고 문자메시지를 받고 문의했다. 마침 싸게 나온 회원권이 있다는 말에 직접 삼성동의 사무실을 찾은 A씨는 골프회원권 양도자의 주민등록증과 회원권 사본을 보고는 믿음이 생겼고, 회원권 거래소 법인 계좌로 1억3000만원을 입금했다. 직원은 "일주일 뒤에 양도가 완료될 것"이라고 했다가 "양도인의 인감증명서 유효기간이 지났다"며 시기를 미뤘다. 하지만 A씨는 회장 직함을 가진 최씨 등이 직접 찾아와 "기다려 달라"고 하자 이를 굳게 믿고 2개월이나 기다렸다.

이런 식으로 35억원을 챙긴 이들은 올해 2월 중순 돈을 모두 인출했다. 고객들에게는 "대표이사 최씨가 회사 공금을 횡령했다. 경찰에 신고해야할 것 같다"며 거짓으로 알렸다.

'바지사장' 역할을 한 최씨는 이때 등장한다. 최씨는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고는 올해 2월 중순 경찰서를 찾아와 자수했다.

하지만 횡령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하던 경찰은 최씨가 횡령한 공금의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는 등을 수상히 여겨 파고든 결과 이들의 사기 행각을 밝혀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버지 최씨는 전과 등 20범 이상이었으며 아들 최씨는 사기 행각을 저지르면서도 도박을 끊지 못하고 계속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전과가 많은 아버지가 주도해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피해금의 1000여만원 정도만 회수한 상태고 현재 계좌 추적 등을 통해 피해금 사용처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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