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조직문화를 혁신한다.
불필요하게 복잡한 관행을 제거하고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임직원의 창의성을 높여 다른 기업들보다 앞서갈 수 있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의 발전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4일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언을 하며 관료체계에 전면적인 변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LG전자도 황호건 부사장이 직접 사내 방송으로 직급·평가·휴가 시스템을 변경하겠다고 알렸다.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조직의 문제점은 '비효율성'이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들이 내부 효율성 쇄신으로 반전을 꾀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는 비효율적인 회의와 보고를 줄이고 휴가 제도를 다양화해 직원들의 피로도를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눈치를 보느라 늘어나는 근무 시간을 줄이는 대신 임직원들의 자기계발과 재충전을 유도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팀장이 자신의 휴가 날짜를 미리 팀원들에게 공지하는 '팀장 없는 날'과 '리프레시 데이'를 월 1회 운영한다. 휴가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경직적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다. 본부별 안식주간, 2주간 하계휴가제도 만들었다.
또 스마트 워킹 커미티(위원회)를 구성,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한편 야·특근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유연 근무도 시범 조직을 선정 후 단계적으로 시행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절차를 지키느라 드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업무 관계에서 큰 역할을 하는 호칭과 직급의 변화도 주목된다.
삼성은 기존에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던 직급을 '사원-선임-책임-수석'으로 축소한다. 이미 개발직군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이번에는 영업·마케팅·지원 직군으로까지 확대했다. 직급보다 역할 중심체제로 바뀌어 파트장 아래 팀원들 호칭은 '프로', '전문', '님' 등으로 통일되는 것도 특징이다.
LG전자는 혼돈을 피하기 위해 호칭은 유지하되 직급은 단일화하기로 했다. 연차에 따라 예우를 지키지만, 사내에서 프로젝트별로 각자가 맡은 역할이 강조되는 방식이다. 급여 체계도 그대로 유지된다.
지속적인 토론의 장도 열어놓는다. 삼성전자는 집단지성 플랫폼 모자이크(MOSAIC), LG전자는 '우리 틉시다'를 통해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삼성과 LG전자는 올해 변화를 시도하고, 과정을 지켜보며 제도를 손질할 예정이다.
하지만 직급별 책임이 약화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연차에 따른 기존의 문화가 워낙 강한 탓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책임과 수석을 나눠도 수석 가운데서도 높은 사람은 부장이라고 부른다. 결국 직급만 달라지고 체제나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고 전했다.
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실제로 효과를 본 제도여서 활동 무대가 국제단위인 국내 기업들도 변화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소통 창구를통해 윗선에서는 몰랐던 직원들의 불만을 듣고 바로잡아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