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승승장구했던 슈틸리케호가 잠시 접어뒀던 돛을 활짝 펼치고 올해 첫 항해에 나선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오는 24일 오후 8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레바논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7차전 경기를 치른다.
앞서 한국은 이 대회 6전 전승(승점 18)을 달려 조 1위 자리와 함께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레바논을 상대로는 두 번째 경기다. 한국은 지난해 9월 레바논 원정에서 3-0으로 승리했다.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슈틸리케호는 목표의식이 분명하다.
첫 번째는 무실점 기록이다.
대표팀은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3차전 북한과의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것을 시작으로 7경기 동안 단 한골도 실점하지 않았다. 더불어 9월 라오스와의 2차 예선전부터는 무실점으로 6연승을 달렸다.
한국이 레바논전도 실점 없이 마친다면 지난 1970년 대표팀이 세운 8경기(6승2무) 연속 무실점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여기에 승리까지 챙긴다면 1978년 함흥철 감독과 1989년 이회택 감독이 세운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 기록과 타이를 이룬다.
기록 작성에 대한 슈틸리케 감독의 의지는 높다. 소집 첫 날인 지난 21일 취재진에게 "다 볼 수 있게 보도를 많이 해서 선수들이 무실점에 대해 새로운 각오를 다질 계기가 되게 해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이에 방심을 경계하고 레바논전에서도 적극적으로 무실점 승리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목표는 일부 유럽파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해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대표 선수 차출시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우선시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이례적으로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파 선수들을 불러들였다.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을 비롯해 박주호(29·도르트문트), 김진수(24·호펜하임), 홍정호(27·아우크스부르크) 등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집 첫 날 인터뷰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어떤 경기력을 보일지를 가장 관심있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레바논전에는 전력을 크게 감소시키지 않는 차원에서 이들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얼굴들의 기량 점검이다.
이번에 부름을 받은 23명의 선수들 중 처음으로 합류한 선수는 고명진(28·알 라이안)이다. 지난해 중동 무대로 이적한 고명진은 소속팀에서 뛰어난 활약으로 슈틸리케호에 승선했다. 승패가 크게 중요치 않은 상황에서 고명진 역시 출전기회를 잡을 공산이 크다.
더불어 이정협(25·울산)과 주세종(26·서울)은 지난해 8월 이후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공백이 있었던 선수들인 만큼 슈틸리케 감독이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슈틸리케호는 레바논전에서 기록이라는 명분과 선수들의 기량 점검이라는 실리를 모두 노린다. 기존 대표팀의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약팀을 상대로 재미를 봤던 4-1-4-1 전술을 이번에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최전방 자리는 소속팀에서의 존재감이 확실한 황의조(24·성남)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석현준(25·포르투)은 올해 초 팀을 옮겨 출전 시간이 줄었다. 신임을 듬뿍 받고 있는 이정협도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단 만큼 선발 카드로 쓰기에는 위험부담이 있다.
손흥민(24·토트넘)이 빠진 측면 공격에는 구자철(27·아우크스부르크)과 이청용이 유력하다.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기성용(27·스완지 시티)과 함께 고명진이 기회를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경쟁이 치열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정우영(27·충칭 리판)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우영은 지난해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친 전력이 있다. 하지만 한국영(26·카타르 SC)과 주세종의 도전이 거센 만큼 예단은 어렵다.
수비라인에는 소속팀에서 활약이 적었던 김진수, 홍정호가 나서 기량을 점검하는 한편, 곽태휘(35·알 힐랄)와 장현수(25·광저우 부리)가 함께 출전해 중심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골키퍼 장갑에는 지난해부터 중요한 길목마다 주전으로 나섰던 김승규(26·빗셀 고베)가 가장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