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의 위기에서 벗어난 국세청은 '사필귀정'을 되뇌이며, 국세청 본연의 참모습을 찾자고 다짐했다.
국세청 조직이 '핫바지 국세청'으로 완전히 바뀔뻔 한 위기에서 극적으로 반전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정·관계와 세정가의 국세청개편관련 자료와 증언 등을 종합하면, 추경석 전 국세청장(제 8-9대 국세청장)을 필두로한 국세동우회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국세청 조직개편이 기정사실화 되고, 대통령 재결만 남겨 둔 상태에서 국세동우회의 '국세청 조직개편은 절대 안된다'는 건의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전달 된 것이 국세청조직개편을 무산 시킨 것이다.

당시 국세청을 구해 낸 국세동우회 대통령 건의는 어떻게 만들어졌는 지, 국세청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워낙 중대한 순간이었기에 그 내막을 여기 간추린다.
2009년 초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둔 각 부처는 1주년 평가용 실적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각 부처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때 제창했던 '실용주의'를 뒷받침할 조직개편작업에 열을 올리던 차에, 국세청장의 연이은 비리연루는 자연스럽게 국세청개혁 당위성으로 연결됐다. 기재부에서 나오는 국세청개혁안은 한마디로 국세청을 무력화 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009년 3월 중순 추경석 국세동우회 회장에게 청와대 모 비서실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장관님,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습니다. 곧 국세청 조직개편안이 대통령께 올라갈 것 같습니다"- 추경석 회장이 건교부장관때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이 비서관은, 추경석 회장이 국세청 조직개편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추 회장으로 부터 국세청 조직개편과 관련 참고할만한 사항이 있으면 좀 알려 달라고 부탁을 받아 놓았기 때문이다.

추경석 회장은 곧바로 허병익 국세청장 대행에게 전화를 넣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세청 조직개편에 대해 국세청 혼자 힘으로 방어해 낼 수 있겠느냐는 추 회장의 물음에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대답을 들었던 터라 일단 국세청이 대처하고 있는 현황을 알아 보기 위한 것이다. 허병익 대행은 추 회장에게 도저히 역부족임을 고백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추경석 회장은 대통령 직보를 결심했다.
추 회장은 자신에게 귀띔해 준 청와대 지인에게 국세청 조직개편안이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시간을 최대한 늦출 수 있는 방법과 혐조를 타진 한 후, 박찬훈 국세동우회 총무(전 서초세무서장)를 불렀다. 그리고 전임 국세청장들에게 급전을 넣도록 했다. 한 자리에 모인 전임 국세청장들은 머리를 맞대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드리는 건의문'을 만들었다. 고재일 제3대 국세청장같은이는 추경석 회장의 설명을 듣고 눈시울을 붉혔을 정도로 건의문작성 분위기는 무거웠다. 전임 국세청장들은 기재부의 국세청 무력화 시도에 격노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국세청을 구해야한다'고 다짐했다.
박찬훈 국세동우회 총무가 전임 국세청장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다듬는 건의문작성 실무를 맡았다. <계속>
서채규 주간 <seo@tax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