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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기타

[稅政詩壇] -마침표-

강흥수(시인, 서울청)

구들방 아랫목 엿고구마 호호 불며 나눠 먹던
추억이 되어버린 소녀야
서러울 것도 없는 나이에 다시 찾은 고향집 장독대에
달빛은 반사되며 빛나는데
뻐꾸기는 무엇이 저리 뻑뻑하게 서러운지
뻐뻐꾹 오밤중을 딸꾹질하며 넘어간다
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어도
동일한 색깔의 그림자처럼
둔탁하고 색깔 없는 발걸음의 반복 속에
울퉁불퉁 음계를 찍으며 여기까지 왔다
눈앞을 스쳐가는 내 환영이
천사의 노래 악마의 노래를 부르며 지내온 삶을
반추해 주는 영상 속에 늘 한쪽에 서서 바라보는 소녀
휘파람새 감미롭게 노래한다 해도
감상물결에 돛단배를 띄우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솔잎 끝에 바람 스치는 쓰라림처럼
고독한 신음소리로 지새운 나날들
비록 내게 주어진 길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거북등 같은 갑옷을 입은 소나무처럼
안으로 탄탄해지리라 마음을 동여매며 지내오는 동안
잔잔한 네 눈빛미소는
두고두고 떠오르던 그리움이었지
무지개 떠 있는 바다를 향해 휘파람을 불며
도시로 떠나간 너를 떠올리던 날도 어느덧 아득하고
이제는 잃어가는 꿈만큼 주름살 늘어가는 나이에 만난
너와 나의 눈동자에 물들던 지난번의 검붉은 노을
아리고 쓰리고 얼얼한 세상을 뒤로 하고
노을이 저녁바람에 휘날리는 머릿결처럼 춤출 무렵
이별공식처럼 너와 나도 이 세상에 주어진 시간이 다하면
기약 없는 헤어짐을 해야겠지만
영혼의 손을 잡고 보조 맞춰 걸어가고 싶은
얼마 남지 않은 이 세상길
그러나
포옹하고 싶은 여인을 뒤로 한 채
황혼녘 말을 타고 떠나가는 서부의 사나이처럼
멋있지는 못할지라도
동굴 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너의 환영을 바라보며
행복하라행복하라 마음속 축원 속에
색 바랜 추억을 하염없이 만나며 가야만 하는 길
이 세상 너와 나의 이야기는
영원의 선상에서 디딤돌이 되겠지
언젠가는 또 만날 인연의 약속이겠지
이제는 영혼의 샘으로부터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는
동그라미 노랫소리를 들으며
이 세상 끝점을 향해 간다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북쪽 하늘을 향해 나는 솔개처럼
그렇게그렇게 하직문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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