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복귀 논의가 무산되자 새누리당과 정부가 노동 관련 입법을 독자적으로라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야당과 노동계는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국회에 노동개혁 관련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논의 테이블을 '노사정위'로 한정했던 당정이 한국노총의 복귀마저 요원해지자 강력 대응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있듯이 전체 노동자의 10%에 불과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지 못하면서 1800여명에 달하는 임금근로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노동개혁을 단독 추진할 경우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을 노동 개혁의 프레임으로 내건 당정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청년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발언 등으로 "현실을 잘 모른다"는 비판도 받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손놓고 있을 수만 없다"
당정은 19일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결정할 중앙집행위원회가 무산된 것을 한 목소리로 비판하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도 노동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노사정 대타협을 요구하되, 정부로서는 손놓고 있을 수만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타협을 통해 이뤄내야 할 사안이 있고, 정부 입법을 통해 이뤄야 하는 사안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입법을 통해 할 수 있는 안은 당과 상의해서 정부 안을 확정해 법안을 내고 통과를 위해서 당과 국회가 긴밀히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부 반발로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노총 지도부를 직접 거론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노동시장 선진화특별위원장인 이인제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노사정위원회 합의문은 아무리 늦어도 9월 초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재차 촉구하기는 했지만 한국노총이 오는 26일 노사정위 복귀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하고, 복귀를 한다고 해도 대타협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9월 초까지 합의문이 나오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 최고위원은 "합의문이 나와야 그 정신에 기초해 필요한 개혁 법안들을 국회에 제출하고 야당은 대안을 제출한다"며 "그래서 이번 정기국회 안에 개혁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복귀 조건으로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및 임금피크제 도입 논의를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정은 우선 여야 간 협상이 어느정도 이뤄진 통상임금 기준 정비와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등에 대한 법 개정부터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정이 노동계가 거부하고 있는 일부 사안을 제외하고 법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청년일자리 창출 효과? "글쎄…"
새누리당은 연일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청년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청년과 중장년층,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간 대립구도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야당과 노동계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은 세대 간 갈등과 반목만 부추기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반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인제 특위 위원장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거 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청년실업이 해결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새누리당 노동시장 선진화 특위가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 청년, 경영계 등과 잇단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근본적 고민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위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청년 구직자와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청년 실업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유재섭 특위 위원은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을 할 때 해외 취업을 담당한 적이 있다. 해외 취업을 시켜놓으려면 외국어를 해야 한다. 외국어가 안 되면 취업이 안된다"며 "여러분도 국내가 안 되면 해외, 대기업이 안 되면 중소기업 취업을 알아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참석자는 "현실과 위원님 말씀에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위 간사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청년 구직자들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추기 위해 스펙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과 채용 과정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답답함을 토로 하자 "면접에서 왜 떨어졌는지 알 필요가 없다. 100명 뽑는데 101등 한 것"이라며 "알 필요도 없고 (기업이)알려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를 두고 일각에서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청년 일자리 창출 및 노동·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추미애 최고위원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대기업이 청년 고용 해법을 꺼냈지만 역시나 대부분이 인턴이거나 협력사 통한 간접고용이다. 청년에게 희망을 줄 것으로 알았더니 여전히 청년 인재를 농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최고위원은 "임금피크제는 본질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다. 따라서 근로자 과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강행해서는 안 된다. 저생산 근로자의 일반해고도 외국 사례에 입법례조차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