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9일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된 NH개발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동구 소재 NH개발 사무실에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NH개발이 농협중앙회의 자회사로서 각종 건축 설계 사업 등 매장 운영 유지와 관련한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만큼 각종 비자금 조성 창구 기능을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5일 NH개발의 각종 사업을 20여회 이상 수주하며 공사대금을 부풀려 차액을 챙기는 수법으로 50억원 이상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H건축사무소 실소유주 정모(54)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정씨가 NH개발 등 농협 관계자들과 결탁해 농협이 발주하는 공사를 사실상 독점해온 정황을 포착했다. 입찰 과정에 개입해 자신이 소유한 계열사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담합을 주도한 정황도 확보했다.
검찰은 정씨가 NH개발 고위 관계자들에게 정기적으로 골프 접대를 하고 명절 때마다 고가의 선물을 상납한 정황도 포착, 그가 횡령한 자금을 농협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로비에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정씨가 소유한 H건축사무소에 최원병(69) 농협중앙회 회장의 친동생이 고문으로 재직하는 점 등에 비춰볼 때 로비 자금이 최 회장을 비롯한 농협중앙회 수뇌부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 H건축사무소는 회사 매출의 절반가량을 NH개발 사업으로 채웠으며 건설 경기가 좋지 않던 3~4년전께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는 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시기와도 맞물린다.
검찰이 NH개발 협력사 관계자 가운데 '큰손'으로 분류되는 정씨의 신병을 확보한 데 이어 그가 회삿돈을 횡령하는 데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NH개발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만큼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NH농협은행이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리솜리조트에 10년간 1600억원 상당의 특혜성 대출을 해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리솜리조트와 NH농협은행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여신담당 실무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