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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내국세

[연재]-'한 때 로펌회장 취임, 어리석었다'-

-'나는 평생 세금쟁이'- (64)

 '세무법인 석성(石成)’ 태어나다'

 

그렇게 해서 필자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법무법인(로펌) 회장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명색이 회계법인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으며, 지금은 부동산 컨설팅까지 업무영역을 넓혀 테헤란 일대에서 제법 알아주는 종합로펌이 되었다.

 

자질은 부족하지만 필자는 명색이 지방국세청장 출신인데 현직에 있는 후배들이나 가까운 지인들에게 명함이라도 제대로 건넬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퍽이나 다행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이것도 모자라 그 법인의 오너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기왕이면 나도 함께 출자를 해서 주주로서 당당하게 회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3분의 1 지분만큼만 출자를 하라고 해서 그간의 모은 퇴직금 등을 모두 쏟아 부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럴 필요까지 없었는데…. 한마디로 필자의 어리석고 무식한 소치였다.

 

말이 회장이지 그런 어정쩡한 상태에서 몇개월간 젊은 변호사와 회계사들과 함께 있어 보니 한 두가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변호사나 회계사들이 세무사들을 다소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전부는 아니었지만…. 역시 세금쟁이는 세금쟁이들끼리 모여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조금씩 내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그런 내 마음의 움직임들이 나도 모르게 한국세무사회장이라는 자리로 향하게 될 줄이야….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내 움직임 하나하나가 내 생각과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하나님의 섭리였음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와 함께 근무하고 있던 몇몇 뜻있는 세무사들에게 우리들만의 공동체인 세무법인을 별도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을 했더니 그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줬다. 몇개월의 은밀한 작업 끝에 드디어 2005년11월11일 11시11분 유독 ‘1’자가 많은 의미있는 그 날 그 시간에 세무법인 석성(石成)을 출범시켰다.

 

 

 

 

세무법인 석성은 매출금액의 1%를 석성장학회에 기부, 사회공헌에 앞장서 왔다.<2012년 12월, 석성 중증장애인 사랑의 쉼터 건립기금 전달(저자(좌 측), 김성자 전도사(1급 지체장애)(중앙), 유태환 한국해비타트 상임대표(우 측)>

 

‘그런데 그때 왜 하필이면 석성(石成)이냐?’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부터 몇차례 언급했었지만 지난 84년말 어머니의 뒤를 이어 이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께서 서울 성동구 구의동에 있는 자그마한 한옥 한채를 물려 주셨다. 그때 그 주택을 팔아서 생긴 5천만원을 가지고 10년간 재테크를 해서 쌓인 2억여원으로 94년도에 장학회를 설립했었다.

 

장학회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하고 곰곰이 생각하던 중 갑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이 났다. 이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면서 큰 소리 한번 못 쳐보고 사셨던 무학자(無學者)인 아버지, 어머니의 가운데 글자를 따서 ‘석성(石成)장학회’로 이름을 지어 운영하다가 2001년도에 와서 재단법인으로 발돋움시켰다.

 

그리고 그 석성장학재단을 모체(母體)로 해서 석성(石成)세무법인을 만들게 된 것인데 서로간의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어려운 연결조건 하나를 정해 보았다. 다른 데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연결 조건이지만….

 

그것은 다름 아닌 ‘석성세무법인에서 매년 발생하는 매출액의 1%를 석성장학재단에 기부’하는 조건이었다.

 

아마도 일반 영리법인을 비롯해서 로펌이나 회계법인 같은 데서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조건이 아닌가 싶다.

 

법인에서 발생한 이익에서 일정액을 기부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매출액의 1%는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어리석고 고집불통인 생각에 아마도 하나님께서도 감동을 하셨는지 지금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잘 지켜지고 있음에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능력이 있어서도 더더욱 아니다. 다만 필자는 어려웠던 지난 날을 생각하고 또 내가 믿고 있는 하나님께 올려드린 그 약속을 지켜 보겠다는 일념(一念)에서 이뤄진 단순한 약속의 실천일 뿐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석성세무법인은 남들에게 번듯하게 내놓을 만한 그렇게 규모가 크거나 실속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불우한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고 싶어 하는 뜻있는 십여명의 귀한 후배 세무사들과 함께 해나가고 있는 것이어서 이 시간 다시 한번 그들에게 머리 숙여 고맙게 생각한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힘을 쏟고 있는 석성의 모든 직원들에게도 진심 어린 사랑과 애정을 보내고 싶다.

 

사랑해! 석성의 천사들이여! 

 

 

 

<계속>-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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