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전반전 마감하다
- “앞으로는 큰형님으로 불러 주게나”-
그렇게 한 맺힌 ‘울고 넘는 박달재 고개’에서 큰 결단을 하고 사랑하는 후배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진동했다.
“조 청장! 끝내 그렇게 결심했다고? 미리 나하고 상의하고 결단하지 그랬나….”
가끔씩 나에게 흔들림 없이 열심히 소신껏 하라고 격려해 주던 VIP 측근이었다.
“목숨을 맞바꾸어야 하는 일이라 상의드릴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내 온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여기에서 더 욕심을 낸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조 청장은 더 발전할 수 있는데…. 큰 결단을 하셨네.”
그분께서 못내 아쉬워하셨다. 어쨌든 그 날은 그렇게 흘러 보냈다.
다음날부터 명예퇴임일까지의 십여일동안은 직원들 만나는 것 조차 거북스러웠다. 그래서 두문불출하고 사무실에서 다가올 제2의 삶을 그려보았다.
무엇을 할 것인가? 뚜렷한 목표도 없이 마냥 공상의 날개만을 펴 보았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즈음 어느 날 한국 세무사회장으로 계시는 임향순 회장께서 사무실로 방문하셨다.
“조 청장! 이번에 큰 결심을 했다고…. 그래. 축하해요. 그런데 다름 아니라 얼마 안 있으면 우리 세무사회장 선거가 있는데 당신을 러닝메이트 부회장으로 위촉하고 싶은데 좀 도와주실 수 있겠소? 아마 조 청장과 내가 러닝메이트로 뛰게 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네요.”
나는 뜬금없이 이야기하는 임향순 선배님께 “제가 연말에 퇴임을 해서 세무사 개업을 준비하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또, 그동안 너무 지쳐서 당분간 좀 쉬어볼까 합니다. 그러니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십시오”라고 말씀드렸다.
그 때 필자는 그 선배님과의 좋은 관계를 생각해서 딱 잘라서 말을 못 드리고 여운을 남겼더니 그만 그 말에 책 잡히고 말았다.
그 일 때문에 연말까지 자주 전화가 왔다.
그러면서 출마를 하려면 우선 연초부터 세무사회에서 주관하는 4주간의 세무사 수습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교육 신청을 빨리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 상태로 우물쭈물 며칠을 보내다가 드디어 연말을 하루 앞둔 날에 명예퇴임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필자는 아내와 아들, 딸과 함께 필자의 관사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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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12월30일 대전지방국세청장 명예퇴임식에서 대전지방국세청 간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이튿날 드디어 사랑하는 많은 후배들 앞에서 명예퇴임식을 가졌다.
그 자리에는 필자의 고등학교 동창들을 비롯해서 평소 가깝게 지내는 사회 후배들과 또 국세청장을 대신해 참석한 국세청 차장 등 국세청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눈물의 퇴임사를 했다.
지난 66년 6월 약관 20세 까까머리 재수생 신분으로 국세청에 첫발을 내딛어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세금쟁이로서 한순간 한순간 지나온 것을 생각해 보니 퇴임사를 읽어가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감출 길이 없었다.
더욱이 퇴임식장에 함께 한 현직 후배들도 함께 따라 울어 주었다.
그런 모습을 본 아들과 딸이 ‘우리 아빠 정말 훌륭하게 살아 오셨구나’ 하고 같이 울어 주었다.
또 어릴 때 친구들도 이런 진정한 내 모습을 보고 퍽이나 감동되었는지 역시 함께 울어주었다.
무엇보다 아무런 연고 없는 이곳 대전에서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눈물 어린 송사까지 해주다니…. 지금도 사랑하는 그 후배들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들었던 국세청 청사를 떠나면서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앞으로 절대로 청장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큰 형님이라고 불러 달라’고 주문했다.
지금도 가끔 나에게 “큰 형님!” 이라고 불러주는 이곳 대전에 있는 후배들을 대할 때마다 나는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고픈지 모른다.
그날 대전 유성에서 대전청 간부들과 마지막 점심식사를 하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필자는 당시 이용섭 국세청장께 마지막으로 하직인사를 드렸다.
“이용섭 청장님!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저는 지금 명예퇴임식을 마치고 식구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가는 중입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조 청장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연초에 꼭 식사나 한번 합시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필자의 마음은 정말 시원섭섭했다. 그러면서 내가 믿는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내 삶의 전반전을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을….
<계속>-매주 水·金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