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계를 뜨겁게 달궜던 제29대 한국세무사회장선거전이 막을 내렸다. 금번 선거전에서 가장 큰 이슈는 25·26대 한국세무사회장을 역임한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의 출마를 들수있다. 조 이사장은 선거를 불과 1개월여 앞둔 5월 11일 회장선거 출마를 선언해 세무사계를 놀라게 했다.
세무사회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던 인물이 왜 또 다시 선거전에 뛰어들었는지 이해할수 없다는 것이 당시 세무사계의 정서였다. 무엇보다 당선가능성이 ‘제로’인 상황에서 미미한 득표율이 나올 경우 조 이사장이 그간 쌓아놓은 명성에 오점이 될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결국 조 이사장은 4명의 후보중 2위를 했다. 더구나 지방회 순회방식으로 치러진 투표가 마무리된 이후 ‘후보 자격박탈’이라는 수모까지 당했다.
하지만 세무사계는 금번 선거가 마무리된후 조 이사장이 왜 출마를 했는지에 대한 배경, 여기에 3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두고 사실상 ‘승자’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조용근 회장 역시 회장선거전에 대해 "잃은 것 보다 얻은 게 많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이사장으로부터 금번 선거전을 치른 소회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선거전을 불과 1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겁니다. 왜 갑자기 출마하게 되셨는지요
“세무사회장 선거출마는 저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운명적인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제 나이가 올해 칠순입니다. 연초 칠순 여행차 부부동반으로 5월 25일부터 6월 6일간의 일정으로 이스라엘, 터키, 그리스를 경유하는 크르주 성지순례가 예정됐는데 5월초에 여행사에서 IS 사태로 현지 치안이 불안해 크루즈 여행이 취소 됐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다음날 사무실에 나와 칠순여행을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고 있던차, 지방세무사회 임원들과 세무사회 임의단체장 등 20-30 여 명의 세무사가 제 사무실로 찾아와 저에게 출마를 요청했습니다.
이들 후배 세무사들은 ‘세무사회가 정상이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본회 집행부가 백운찬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세무사회가 백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 후보가 당선되면 이후에 정구정 회장이 다시 회장에 출마할수도 있다며 출마를 강력하게 요청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정구정 회장이 모양만 바꿔 영원히 회장을 하려고 하는데 그것을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것을 막을 사람은 현재 조용근밖에는 없다는 겁니다.
'회장은 평생 4년 이상 못한다' 공론화가 목적- 확실히 각인 됐으니 100% 만족
이에 저는 ‘무슨 소리인가, 추대를 포함해 2번이나 세무사회장을 했는데 3선출마가 말이 되는가. 지금 선거가 한달밖에 안 남았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돌려 보냈습니다. 하지만 후배세무사들은 이후 일주일간 매일 사무실을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간곡하게 출마를 요청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오죽하면 찾아왔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후배 세무사들은 진인사 대천명 인데 뜻을 모아야 한다. 우리의 뜻을 세워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결국 출마문제에 대해 아내하고 상의를 했는데 ‘후배들 말을 외면했다가 두고두고 원망하고 후회할 것입니다. 정말 사심이 없으면 출마를 하세요’라는 말을 듣고 결심을 하게된 것입니다”
⏞ 출마선언 명분이 약하다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선거운동 기간도 너무 짧았고. 그런데도 강행한 이유가 있었나요?
“무엇보다 세무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특정인이 세무사회장을 계속 하려한다는 것이고, 이를 막는 것이 저의 출마명분 이었습니다. 따라서 제가 회장이 되면 임기규정을 ‘회장은 2회 중임이 가능하되, 평생 4년만 할수 있다’고 개정함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잘돼야 본전인데 왜 출마를 했을까하는 생각에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뀌었지만, 회장임기 규정을 ‘평생 4년만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개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버텼습니다.
일부 회원들은 저더러 ‘노욕’을 부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제가 왜 세무사회장에 출마했는지 이해시키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선거운동이 본격화 되면서 회원들이 하나 둘 저의 출마이유를 알게 됐고, 백 후보를 지원한 세무사회 집행부에서도 긴장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급기야 정구정 회장은 회원들에게, 앞으로 세무사회장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과 논란이 되고 있는 세무사회 공익재단 이사장자리를 내 놓겠다고 공언을 했습니다. 애초부터 특정인이 세무사회장을 장기집권하는 것을 못하게 바로잡겠다는 것이 저의 출마명분이었기에 정 회장이 이 두가지 문제에 대해 분명히 '안하겠다'고 공언 하는 것을 보고 소기의 성과를 100% 달성했다는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 선거운동 과정중 본회 집행부의 노골적인 백 후보 지원과 네거티브가 논란이 됐습니다. 심적 고통이 심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백운찬 후보가 관세청장 퇴임 직후 세무사회로 부터 무상으로 사무실과 고급승용차를 제공받고 고액의 고문료를 받았다는 논란이 불거졌는데, 선거운동 과정에서 세무사회는 더욱 노골적으로 백 후보를 지원했습니다.
백 후보의 소견문을 보면 조용근 후보가 한길TIS 주식을 처분했다며 저를 비난했는데, 지금도 3%에 해당하는 한길TIS 주식 1억 1천만원 어치를 분명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후사정 알아보지 않고 관세청장까지 지낸 후보가 ‘주식을 팔고 도망갔다’는 식으로 저를 비판했는데, 그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저에 대한 인격모독이었습니다. 허위사실로 말이죠. 허위사실 유포로 저를 인격적으로 모독해 놓고도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그렇게 더티하게 해서 당선되면 뭐합니까. 자고로 고위 공직자출신은 그에 걸맞는 행동거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누가 안가르쳐 줘도 스스로 판단해야할 문제지요. 왜냐하면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들의 품위와도 관련이 되기때문이죠. 저는 백 후보가 그렇게 더티하게 나올 때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죽 못났으면 상대후보를 거짓말로 비방하고 그것도 모자라 저렇게 현 집행부의 도움을 받아야만할까…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의혹을 떳떳히 밝히던가 그러지 못하면 깨끗이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백운찬, 그렇게 더티한줄 몰랐다…대한민국 고위공직자 품위 팽개쳐'
저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캠프 관계자에게 절대 상대후보를 비방·폄훼하지 말라고 늘상 얘기를 해왔습니다. 이 와중 캠프 관계자가 백 후보가 모 언론사의 경영고문을 역임한 것을 두고 ‘언론사로부터 고문료를 받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이 아닌가’라는 말을 했고, 그게 문제가 된바 있습니다. 저는 사실이 아닌것을 확인후 즉각 사과를 했는데, 선거운동 내내 백 후보는 이 문제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급기야 6월 26일 대전지방회 투표를 마친후 오후 11시 59분 선관위로부터 ‘후보자격 박탈’이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선관위 통지후 2일 이내에 이의신청이 가능한 상황에서 30일 개표이전 자격박탈을 확정짓기 위한 선관위의 비상한 계획이었던 겁니다.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니 선거에 투표를 다 해놓고 후보자격을 박탈한 사례는 이 번 세무사회장 선거가 세계 최초의 일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건국이래 이런 더티한 선거는 처음 봤습니다. 어떻게 현 회장이 모든 선거과정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할수 있습니까. 만약 대통령이 그랬다면 민중봉기가 일어났을 것입니다.
선거관리 규정을 선거기간중에 바꾸지를 않나, 3.15 부정선거는 이번 세무사회장 선거에 비해 점잖은 선거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세무사회 역사에 이러한 치욕적인 선거가 치러졌다는 것은 분명 기록에 남겨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 선거 결과 후 심경은 어땠는지요.
“후보자격 박탈소식을 들은후 솔직히 저는 당선 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억울하지만 후보자격이 박탈된 상황에서 당선 되더라도 소송까지 이어지는 것은 불보듯 뻔했습니다. 저쪽은 가해자, 저는 피해자지만 오히려 저는 두 다리를 뻗고 잘수 있어 속이 시원했습니다. 역할을 다했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정구정 회장은 다음선거에 출마를 하지 않고, 공익재단 이사장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이부분은 제가 선거에 출마를 했기 때문에 가능해 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2등 한 저보고 이겼다고 말합니다. 소기의 성과를 100% 달성했고 이것 하나만으로도 금번 선거결과는 만족합니다.
일각에서 세무사회 집행부가 백운찬 후보만큼 조용근 후보를 지지했더라면 90%이상 득표 했을 것이라는 말을 하던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정도로 일방적인 집행부의 지원을 받고도 당선 안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지요"
⏞ 2등을 했지만 30%에 육박하는 지지를 얻었습니다. 조 이사장의 존재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따름입니다. 더할 나위 없는 악조건과 선거운동기간이 너무 짧았지만 잊지않고 저를 지지해 주신 많은 분들께 무한한 존경심과 사랑을 보냅니다. 앞으로 어떤 위치에 어떤 곳에서든 제가 필요한 곳이면 달려가 작은 밀알이 될 생각입니다.
세무사회장선거 캠프 발대식에서 제가 갈 자리가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 크리스찬 치유상담 대학원 총장으로 내정돼 있습니다. 장학재단 운영과 함께 바쁜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지요. '나눔과 섬김' 활동은 더 활발하게 계속 될 것입니다. 금번 선거에서 저를 지지해준 모든 회원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