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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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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린' 히딩크 감독 "나는 최악의 축구 선수였다"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은 거스 히딩크(69) 네덜란드 축구대표팀 감독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히딩크 감독은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이룸센터에서 열린 2015 서울시각장애인경기대회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 추대식 및 거스히딩크재단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업무협약(MOU)식에 참석했다.

마이크를 잡은 히딩크 감독은 "축구에 대한 한 가지 경험을 이야기하겠다"며 말문을 연 뒤 자신이 눈을 가리고 축구경기에 임했던 일화를 전했다.

히딩크 감독은 "'드림필드'구장을 개장할 때 다른 시각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축구를 한 적이 있다. 같은 조건으로 하기 위해 눈을 가리고 경기에 참가했는데 심판이 휘슬을 분 순간, 나는 완전히 마비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평소에는 축구를 꽤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경기에서 나는 최악의 선수였다. 감히 움직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공을 차기 위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목표를 향해 움직일 의지를 가진 시각장애인들에게 존경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 경험은 축구에 국한돼 축구로만 보자면, 네덜란드에서는 축구협회 차원에서 장애인들이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대회를 열고 추진한다"며 "한국에서도 축구협회와 같은 조직을 통해 장애인들을 위한 제대로 된 대회와 행사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히딩크재단이 건립을 주도하는 '드림필드'구장은 시각장애인 전용축구장으로 국내에서 13호 구장 개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07년 충북 충주시 성심맹아원에 건립된 1호 구장을 시작으로 국내 시각장애인 스포츠 인프라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2002한일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의 4강 신화를 일궈낸 주인공이다. 한일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지금은 은퇴한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34)과 이영표(38) 등을 유럽 무대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은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 대해서는 "스포츠는 사람들이 서로 하나가 되는 주요한 도구"라며 "내가 공헌할 수 있는 만큼 조직위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다. 앞으로 열릴 대회가 기대된다"고 힘줘 말했다.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는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산하 기구인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IBSA)이 주최하는 국제종합대회로 4년에 한 번씩 열린다.

이번 대회는 5번째 대회로 오는 10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을 비롯한 11개 경기장에서 8일 동안 진행된다.

세계 60개국 1000여명의 선수들이 육상, 체스, 축구, 골볼, 유도, 역도, 쇼다운, 수영, 텐핀볼링 등 9개 종목에서 기량을 선보인다. 대한민국 선수단 100명은 9개 종목 모두 출전할 예정이다.

손병두(74) 대회 조직위원장은 "시각장애인인 외손녀를 옆에서 지켜봐왔다. 세계시각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 위원장을 맡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대회를 찾아 선수들이 땀 흘려 장애를 극복하며 만든 드라마를 보고 감동을 받았으며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우 구혜선(31)과 함께 대회 홍보대사직을 맡은 김보성(49)은 "'1000번의 넘어짐, 1만번의 부딪힘'이라는 문구가 참 와닿는다"며 "시각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히딩크 감독에게 감사드리고 '의리'를 가지고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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