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가운데,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의 실무기구 최종 합의안 명기 여부를 사전에 알았는지를 두고 당청 간 '진실게임'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당청 간 갈등의 시작은 지난 2일 여야 대표가 직접 나서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연계한 데 대해 청와대가 '월권'이라는 지적을 하면서부터다.
개정안 처리가 불발된 지난 6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도) 다 알고 있었으면서 (협상을) 하고 나니 이럴 수 있느냐"며 청와대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개혁 협상의) 논의 과정에 청와대 수석이 참석하는 등 다 알고 있었는데, 개혁안 통과를 요구하면서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실무기구 최종 합의안에 명목소득대체율 50%가 명기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무원연금 협상 과정에서 지난 2일 발표된 실무기구 최종 합의안에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한 조항이 명기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던 만큼 청와대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그러면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 문제는 별도로 다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공무원 연금개혁을 먼저 이루고 그 다음에 국민연금은 국민과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서 재정건정성을 확보하면서 노후소득 보장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내가 볼 땐 (청와대도) 다 알았다"고 반박했다.
조 수석은 그러면서 "당청 간 진실게임 해봐야 누구한테 득 되겠나"라며 "그것을 따지는 것 자체가 별로 의미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당과 청와대의 주장이 배치되는 지점은 지난 2일 새벽 2시30분께 실무기구가 채택한 합의문에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한다'고 명시된 데 있다. 양당 대표 합의문에는 해당 실무기구 합의안을 '존중'한다고 돼있다.
새누리당은 당시 새정치연합이 요구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과 관련해 '50% 인상을 목표로 한다'와 '50% 인상으로 한다' 2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청와대에 이야기했으며 그러한 상황을 청와대도 충분히 숙지했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는 사전에 몰랐다고 반박하고 있다.
당청은 여야 합의안이 나오기 직전 잇따라 회동을 가졌는데 당시 회동에 배석했던 새누리당 원내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 측은 '50% 인상으로 한다'는 너무 단정적이라며 '50% 인상을 목표로 한다'로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둘 중 하나라도 안 되면 이 협상도 안 된다고 하는 마지노선의 이야기는 없었다. 두 가지 안 중 하나로 협상이 될 수 있다고 (청와대 측에) 이야기를 했다"며 "'목표로 한다', '한다', 어떻게 할지에 대해 우리도 협상을 해봐야 하니 답을 못 한다. '목표로 한다'로 수정되게끔 최선을 다 한다고 하니 정부나 (조 수석이) 별 말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조윤선 정무수석을 향해 "잘 정리해서 청와대에 가서 잘 보고하라"고 하며 회동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당이 두 가지 선택지 중 야당과 협상해 하나를 선택할테니 협상을 당에 맡겨달라고 했고, 이에 청와대도 사실상 동의했다는 게 당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50% 인상을 목표로 한다'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협상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수준이어서 그 정도 합의까지는 무난하다는 게 당시 청와대 측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여야 최종 합의 내용을 보니 그렇지 않았고, 이에 청와대는 즉시 당혹감을 표하며 당을 찾아 강력 항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비박계 지도부와 친박계 중진 의원들 사이 계파 갈등도 표출되는 양상이다.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언급, 사퇴론까지 제시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에 대해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했기 때문에 주먹만 한 혹을 떼려다 머리만 한 혹을 붙인 꼴 아니냐"며 "원내지도부의 총체적 전략 부재"라고 비난했다.
이에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의 남은 기간 동안 공무원연금을 개혁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나"라며 "친박 최고위원 몇 분이 그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