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한국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프로복싱 3대 기구인 세계복싱협회(WBA)·세계권투평의회(WBC)·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타이틀전을 놓고 맞붙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와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의 경기가 성사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무패의 사나이' 메이웨더와 8체급을 석권한 '필리핀의 영웅' 파퀴아오의 대결은 진작부터 세계의 관심을 끌었으나 대전은 쉽사리 이뤄지지 못했다.
유력한 권투 가문에서 태어나 사치를 즐기는 사생활로 잘 알려진 메이웨더는 강력한 수비능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반면 필리핀의 가난한 소년에서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파퀴아오는 속사포 같은 공격력을 퍼붓는 것으로 유명하다.
흑과 백처럼 대비되는 두 선수의 삶과 경기 스타일은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였고, 두 선수의 대결은 '세기의 대결'로 불릴 만큼 흥행적인 요소를 갖춘 빅이벤트였다.
두 선수의 맞대결 이야기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2010년에는 대전이 성사될 뻔 했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무산됐다.
2010년 3월 메이웨더는 "파퀴아오가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며 혈액검사를 포함한 올림픽 수준의 도핑테스트를 요구했다. 이에 파퀴아오는 메이웨더를 "겁쟁이"라고 비난하고, 약물 복용 주장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후 2012년에도 대전이 추진됐지만 수익배분 등 세부 조항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이뤄지지 못했다.
두 선수의 대결이 성사될 조짐은 지난해부터 보였다. 그해 12월 메이웨더는 "과거에 기량을 겨룰 기회를 갖지 못해 유감이다"는 말로 대결 의사를 다시 드러냈다. 파퀴아오는 "전 세계 사람들과 팬을 위해 대결이 이뤄지도록 하자"고 화답했다.
두 선수가 과거의 앙금을 털어버린 뒤 우연이 겹쳤다. 이번 대결이 성사되는 과정은 극적이었다.
두 선수는 지난 1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경기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파퀴아오가 필리핀행 비행기가 악천후로 결항되자 우연히 농구장을 찾았다가 '숙적' 메이웨더와 조우한 것이었다.
과거의 '앙금'이 남아 있을 법도 했지만 그 자리에서 두 선수는 바로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그리고 그날 밤 메이웨더가 직접 파퀴아오의 숙소를 방문해 대전에 대한 의사를 타진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대전에 대한 협상이 진행됐고, 두 선수가 대전료 배분율을 6대4로 합의했다. 당초 파퀴아오는 5대5로 대전료를 나눌 것을 요구했지만 메이웨더측이 6대4를 강력하게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파퀴아오가 양보하면서 타이틀전이 확정됐다.
또 두 선수는 메이웨더가 챔피언, 파퀴아오가 도전자의 입장에서 경기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공식 대결 명칭에도 메이웨더 이름이 먼저 나오고, 메이웨더가 챔피언 대우를 받아 두 번째로 입장하게 된다. 또 메이웨더는 링 코너와 라커룸 선정에도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