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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관세

[화제]수필가로 문단 등단한 박상덕 관세청 서기관

제9회 동산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文行一致의 삶 꿈꿔

일반인들도 쉽지 않은 문단 등단의 영광을,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세관에 근무하면서 주경야독의 열정으로 꿈을 이룬 세관공무원이 화제다.

 

인천공항세관에 재직중인 박상덕 서기관이 주인공으로, 올해 4월 동산문학지로부터 신인상에 당선돼 당당히 수필가로 나서게 됐다.

 

지난 1998년 김포세관 근무 당시 교통사고를 당해 두 차례나 수술대 위에 올라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박 서기관은 기나긴 투명생활 동안 조창인 씨의 ‘가시고기’ 소설을 탐독하며 인생의 전환전을 맞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와 메모를 좋아했던 박 서기관은 이후 하루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글로 남기게 됐고, 유익하다 싶으면 주위 사람들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레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누적 방문자만 20만명이 넘는 그의 개인블로그는 명칭은 ‘꿈꾸는 오리’로, 분주히 살아가는 우리시대의 도시민들의 영혼에 위안과 긍정의 힘을 묵묵히 전달하고 있다.

 

한국관세포럼 회원으로도 활동중인 박 서기관은 관세행정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논문 또한 발표하는 등 실사구시의 삶 또한 실천 중으로, 오늘도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등 등불로서의 노정을 힘차게 걷고 있다.

 

박 서기관의 수필가 등단을 맞아 글씨기에 도전한 계기와 향후 계획을 들어 보았다.<편집자 주>

 

-어떻게 수필가로 등단하게 되었는지?
“보통 문단에 등단하기 위해서는 신문사가 주최하는 신춘문예나 문학잡지사에서  주최하는 공모하는 시, 수필, 소설 등 장르에 따라 일정 분량의 원고를 제출하여 심사과정을 통과하여 한국 문단에 정식 등록됩니다.

 

작년 봄, 도서출판 해동에서 발간하는 계간「동산문학」지에 수필부문에 5편을 기고하여 신인상에 당선되어 올 4월 10일 수필가로 당선증서를 받았습니다.

 

-등단의 계기가 된 이번 수필집은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이번 문학지에 기고한 글은 그 동안 관우지와 교회 월간지에 기고했던 글과 2006년말 아들의 군 입대를 앞두고 아버지로서 편지형식으로 썼던 글입니다.

 

심사평에서는 모두 수준 높은 작품이라고 평가해 주었고, 그 중에서 “군 입대를 앞둔 아들 OO에게”를 추천작품으로 뽑아 동산문학 여름호에 실렸습니다.

 

그것은 작년 4월 세월호의 참사로 부모와 자식 간의 뗄 수 없는 천륜의 정을 여실하게 보여 주었고, 따뜻한 부정(父情)을 잘 나타내었는데 자신의 군 생활을 바탕으로 딸아이를 시집보내는 어머니처럼 세세하게 타일러 주면서 군 생활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니 유용하게 보내라는 당부와 함께 성경구절을 적어 아들의 무운(武運)을 빌었다고 심사평의 글과 저의 소감문도 함께 실어 주었습니다.

 

-평소 공직자로서 매우 바쁘실텐데 어떻게 글쓰기를 계속하였는지?
“동물은 자신의 배설물로 영역을 표시하듯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의 행적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어 할 것입니다. 어린시절 시골 자연 속에서 성장하면서 글쓰기와 그림그리기, 서예도 관심이 많았고, 일기쓰기와 메모하기를 좋아했습니다. 건너 뛸 때도 있었지만 기분 좋은 일이든 마음 상했던 일이든 하루의 일과를 되돌아보면서 정리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제가 글을 쓰고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고자 했던 것은 매년 4월이 되면 떠올리는 잊을 수 없는 아픈 추억(?)이 있습니다. 1998년 4월 20일 김포세관 근무시 통일전망대 인근에서 춘계 체육행사를 마치고, 동료의 차에 동승해 자유로로 귀가하던 중에 교통사고로 왼쪽어깨가 골절 및 탈골되어 전신마취를 하고 두차례 큰 수술 받았습니다.

 

그 때 4주간의 병원생활에서 삶과 죽음에 대하여 깊게 생각하였고,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조창인씨의 “가시고기”라는 소설에 ‘그대가 헛되이 보내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는 내일이다.’라는 글귀는 마치 망치로 내려 맞은 것 같은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와 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때의 고통이 저에게 유익으로 돌아 왔습니다.

 

총명불여둔필(聰明不如鈍筆)이란 말처럼 사람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직장생활에서 상사의 지시사항을 메모를 하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오랜 습관이 되었고, 교회에서 목사님의 설교말씀을 노트에 기록하여 왔습니다.

 

기록을 하다 보면 예배에 집중할 수 있고 중심 주제와 키워드를 파악하고 훗날 다시 볼 기회가 있을 때 기억의 끄나풀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2006년 여름부터 인터넷에 “꿈꾸는 오리”라는 개인 블로그를 개설하여 다양한 카테고리와 컨텐츠로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20만 명이 넘게 접속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게 된 것도 이런 평소의 습관들이 모아져 문학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세관장시절 매주 ‘수요아침편지’를 직원들과 공유하셨다고 하는데 
글은 말보다 그 흔적이 활자로 오래도록 남아 있기 때문에 함부로 쓸 수 없습니다. 내용이 유익해야 하고 형식에서 물 흐르듯이 매끄럽게 전개되어야 읽는 이로 하여금 이해가 쉽게 됩니다. 글은 그 사람의 생각의 표현이고 자신의 인격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주세관장으로 2009년 7월부터 2년 가까이 근무하는 동안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정서함양과 삶의 올바른 가치를 심어 주고자 고민하면서 ‘세관장의 수요아침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마음 밭에 유익한 글과 시, 사회이슈와 신변잡기 들을 A4용지 1~3매 분량으로 매주 수요일 아침 티타임하며 직원들에게 읽어 주고 e-메일로 보내주었습니다.

 

재임기간 동안 총 75회, 170여 페이지의 글이 남아 있는데, 출장이나 휴가기간을 제외하고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글을 쓰다 보니 오히려 저에게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약속된 날짜에 맞춰 새롭고 성의 있는 글을 쓰기 위하여 많은 책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과정은 때로는 피를 말리는 작업이기도 하였지만, 주말부부로서 객지생활에서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동안의 입상 경력이 궁금합니다.
“2002년도 관세청에서 제1회 관세행정 발전방안 대학원생 논문공모전이 있었습니다. 때마침 다니던 대학원 논문 심사학기였는데 ‘관세행정 감시업무 선진화방안’이란 제목으로 응모해 입상하여 큰 상금을 받았습니다.

 

또한, 초기 관세청 공무원직장협의회 대표위원으로서 직장협의회의 정체성과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글로서 제시하였고, 2003년 10월에는 ‘관우사랑 세관사랑’이란 회지를 창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한국관세포럼’ 회원으로서 논문을 기고하거나 분기별 세미나에 참석하여 회원들과 토론하는 것도 글을 쓰는 논리 전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얼마 남지 않는 공직생활을 마무리할 즈음에 그 동안 겪었던 작은 흔적들을 꿰어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남겨볼 계획입니다.

 

무엇보다도 문학가로서 정제된 글을 써야하고, 남겨진 글과 생활에 실천하는 문행일치(文行一致)의 삶을 살아가야겠습니다.

 

훗날 기회가 된다면 일상에 희망을 잃고 분주히 살아가는 우리시대의 도시민들의 영혼에 위안과 긍정의 힘과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따뜻한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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