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세금계산서 교부시스템 도입을 제안하다
2002년3월20일 손영래 청장이 중부청을 초도순시했는데, 이때 나는 업무보고를 통해 전자세금계산서교부시스템 구축을 제안한 바 있었다.
사업자간에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을 때 범사회적인 부가가치 통신망을 개설해 이 시스템 안에서만 세금계산서를 발행·교부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세금계산서를 수동으로 발급해 수동으로 교부하는 일, 세금계산서를 신고시마다 별도로 제출하는 일, 전산실에서 세금계산서 한장 한장을 입력하는 일 등이 필요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세금을 도둑질하는 세금계산서 자료상을 조기에 적발할 수 있는 경보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 전자세금계산서 교부시스템을 반관반민체제로 개발·구축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고 본청 개인납세국에도 이 제안 내용을 보고했다.
나의 이 제안은 그 후 ‘e-세로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참으로 편리하고 투명한 또하나의 세정운영시스템을 갖추게 됐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르겠다.
앞으로 e-세로시스템을 이용할 대상 사업자의 범위를 계속 확대해 나감으로써 모든 B2B거래에 관한 세금계산서의 발행 교부는 이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도록 지속적인 보완 발전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매일매일 국고에 집중되는 각종 세금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징세전산망을 구축하는 일도 기재부 국고국, 한국은행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국세청의 새로운 비전이 보이다
중부청장 시절 내내 나는 국세청이 나라 발전의 중심에 서 있는 새로운 비전을 보게 됐다.
99년 세정개혁을 할 때는 어떻게 하면 자영사업자의 수입금액을 투명하게 포착할 수 있을까라는 점에 생각의 초점이 모아졌는데, 이제와서 보니 투명한 과세인프라를 만들면 그 산업이 발전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투명성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됐다.
투명한 과세인프라는 산업을 발전시키고 사회 전반의 투명성 지수와 신뢰지수를 높여 결과적으로 나라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역할을 한다는 확신과 확증을 갖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나는 ‘우리사회 투명성 제고와 세무행정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관내 수원대학, 경동대학 등과 수원, 인천, 안산, 이천, 광주, 평택 상공회의소 그리고 모교대학동문 CEO포럼 등에서 특별초청 강연을 했다.
투명하면 그 산업이 발전하고 신뢰지수가 높아져 나라가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나의 강연 내용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대안이라는 점에서 가는 곳마다 많은 관심을 촉발했다.
나는 그 이후 출범했던 국가경쟁력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일이라고 줄곧 생각해 왔다.
30년 공직에 마침표를 찍다
2002년에는 국내외적으로 큰 행사들이 많았다.
4월엔 지방선거가 있었으며 6월엔 한일월드컵 개최국으로서 4강 신화를 기록했고, 9월엔 아시안게임이 열렸으며, 12월엔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연말까지 월드컵 승전의 뜨거운 열기와 대선정국의 온갖 술수와 음모가 난무하는 혼탁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열린우리당의 노무현 후보가 제16대 대통령에 극적으로 당선됐다.
2003년2월25일 새 대통령의 취임에 이어 새 정부의 각료들이 임명되고 국세청에도 리더십의 교체가 있었다.
2003년4월4일 새 청장으로 취임한 이용섭 청장에게 나는 손수 작성한 세정개혁의 뉴아젠다를 남기고 중부청 강당에서 조촐한 퇴임식을 가진 후 30년 내 젊음을 바친 공직에 마침표를 찍고 정든 국세청을 조용히 떠났다. 하늘과 땅은 다시 새로 오는 봄을 노래하고 있었다.
Ⅶ. 나의 사랑, 나의 자랑, 국세청에 바란다
2015년은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지 70주년이 되는 해요, 2016년은 국세청이 당시 재무부 사세국으로부터 외청으로 독립한지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세계 역사에 유례가 없는 경제적 성취와 자유민주정치의 발전을 이룩했고 이제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바라보며 매진하고 있다. 오늘 여기에 이르기까지 국세청은 나라살림에 필요한 재원의 조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지금까지 20인의 청장들과 수많은 엘리트 간부들의 충성어린 헌신과 직원들의 피땀 어린 열정이 오늘의 국세청을 나라의 중심에 우뚝 선 중추기관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게 했다.
특히 99년 세정 대개혁으로 자영사업자에 대한 공평과세의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납세상담서비스 기능을 크게 쇄신했고 지역담당제의 폐지, TIS의 가동, 기능별 조직의 도입으로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혁함으로써 업무효율성을 제고시킴과 동시에 세정 정화라는 오랜 숙원도 해결하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국세행정은 선진경제국들의 모임인 OECD 여러 나라의 국세행정과 비교해 보면 단연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세무조사와 관련해 공정한 조사대상선정프로그램의 미비, 현장조사의 질적 수준문제, 특히 간헐적인 비리 발생 등으로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할 부분까지도 묻혀 버리거나 퇴색돼 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이따금씩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국세청 개청 50주년이 1년 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서 앞으로 50년, 100년을 조망하며 나의 사랑, 나의 자랑인 국세청에 대한 나의 소망을 세 가지만 기술하고자 한다.
첫째는 우리나라 정부기관 중에서 가장 깨끗하고 가장 능력있는 모델기관이 되기를 바란다.
둘째는 납세환경의 투명성을 적극 창출하면서 재정수요도 충족시키는 투명성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셋째는 이제야말로 완전한 형태의 업무기능별 전문조직으로 개편해 새롭게 출발하기를 바란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