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안 도와주네.' 슈틸리케호가 악천후에 울상을 짓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의 시민축구장에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대비한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하루 전 제주에 도착한 대표팀은 비가 내리는 상황 속에서도 고강도 오후 훈련을 감행했다.
이날은 달랐다. 비와 눈이 번갈아가며 내렸고 체감온도는 뚝 떨어졌다. 그라운드 위에 눈이 쌓였고 바람도 심하게 불어 정상적인 훈련이 불가능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계획을 수정했다. 오전 비공개 훈련에서 공을 가지고 간단히 몸을 풀게 한 그는 오후에 정적으로 움직이며 볼트래핑과 호흡훈련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피지컬훈련 수준에서 일정을 마무리했다.
오후 3시30분부터 시작된 훈련은 약 1시간30분 뒤인 오후 5시께 종료됐다. 평소에 비하면 1시간 정도를 앞당겨 훈련을 접었다.
카를로스 알베르토 아르무아(65) 대표팀 코치는 "우리가 제주에 온 이유는 날씨가 좋아서다. 그런데 정작 이곳에 오니 날씨가 도와주지를 않고 있다"며 "오후 훈련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했는데 날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피지컬훈련 쪽으로)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날씨 때문에 훈련 프로그램에 변화가 생겼지만 우리가 정한 전체적인 목표나 계획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무리하지 않고 남은 기간 잘 준비를 하겠다"고 전했다.
대표팀의 제주 전지훈련은 21일까지다. 기상청에 따르며 오는 18일을 제외하면 21일까지는 제주에 눈이 내릴 확률이 상당히 높다.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의미 있는 실험은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트레칭 후 공격수 위주의 미니게임을 진행했다. 겉보기에는 특이한 점이 없었지만 좌우 측면 요원들이 문전으로 패스를 하면 수비수들이 공을 빼앗지 못하게 했다.
자연스레 공격수들에게 유리한 장면이 연출됐고 최전방 자원들은 다양한 슈팅으로 골맛을 봤다.
강수일은 이날 훈련 전 "미팅에서 슈틸리케 감독님이 '공격 축구'에 대한 부분을 많이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골 결정력 문제를 해결하고 공격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슈틸리케 감독의 기지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