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문제아가 어느덧 청년이 돼 당시 경찰과 했던 약속을 지키겠다고 경찰서를 방문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15일 서울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박종규 경위와 약속을 지키겠다며 파출소를 찾은 청년과의 사연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어느 날 노원경찰서 하계2파출소에서 근무하던 박 경위(당시 경사)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인즉 남편 없이 아들을 혼자 키우며 시각장애까지 있는 한 어머니가 '아들의 손버릇이 좋지 않아 남의 물건을 훔치고 가출까지 한다'며 박 경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박 경사는 휴무 날을 택해 민원인이 사는 집을 찾았다. 당시 박 경사가 만난 A군은 행실이 불량했고, 생각 또한 또래와는 달랐다.
A군을 바른길로 인도하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A군은 어머니에게 아이의 일상생활에 대한 모든 관리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지 물었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조차 벅찼던 어머니는 박 경사의 요청을 흔쾌히 승낙했다.
이후 박 경사는 어린이날이나 추석 명절 때면 선물을 사들고 A군을 찾았다. 함께 식사를 하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애를 썼다. 박 경사의 이러한 노력에 A군도 서서히 닫혔던 마음을 열었다. 아이의 태도는 몰라보게 좋아졌고 어머니가 가장 크게 고민했던 도벽도 고칠 수 있었다.
하지만 넉넉치 않은 가정형편 탓에 A군은 어머니 곁을 떠나 할머니 댁에서 자라게 됐다.
A군은 박 경사와 헤어지기 전 "내가 커서 새 사람이 되면 경찰 아저씨에게 자장면을 사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 이후로도 박 경사는 약 3년여 간에 걸친 기간 동안 아이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었다.
어느 덧 10여년이 지나 이달 초 한 건장한 청년과 중년의 여성이 도봉1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
A군과 그의 어머니였다. 현재 군 복무중인 A군은 첫 휴가를 받아 그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월급을 모아 어머니와 함께 찾아온 것이다. 박 경위가 근무 중이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못 가졌지만 30여분 동안 마음을 열어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박종규 경위는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순간이었다"며 "A군이 떠나고 한참동안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 없어 평소 피우지 않던 담배를 동료에게 빌려 피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참 잘 커줬구나"라며 "A군이 바라던 청소년 상담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A군의 행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