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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내국세

(87)'관료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로선다'

허명환 著(前행정자치부 서기관)

-손 재주-
경쟁력 갖춘 한국인의 자산

 

미국에서는 의료비가 무지 비싸 돈 없으면 제대로 아플 수도 없다. 특히 치과에 갈 일 있으면 한국에서 완전 정비한 후 건너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 사탕이나 초콜릿, 아이스크림 그리고 젤리 등 단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웬만큼 주의해도 치과엔 가야할 듯하다.

 

걸핏하면 학교에서 나누어 주는 게 이런 단것들이라 당시 초등학교 2학년 큰아들 녀석이 아무리 주의를 기울였어도 또 치과에 갈 일을 만들어 버렸다.

 

평소 약해져 가던 치아 일부분이 어느 날 밤 갑자기 톡! 부러져 나오는 바람에 신경이 노출되게 된 것이었다. 아이가 아파 떼굴떼굴 구르는데 진통제만 먹여볼 뿐 대책이 없었다.

 

치과엔 응급 환자가 있을 수도 없을 뿐더러 미국에서 응급환자란 예약 않은 외래환자를 지칭한다. 그래서 밤새 애를 달래다가 이튿날 꼭두새벽에 지역의료센터로 달려갔다.

 

하지만 바쁜 것은 우리일 뿐 이 사람들은 절대 바쁜 게 없다. 근본적으로 모든게 예약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분통 터지는 애비의 마음은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같은지라, 컨페션(confession)이라는 영화에서는 진료를 기다리다 끝내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관련 의사, 간호원 등을 살해하고 만다.

 

계속 아파 칭얼대는 아이를 데리고 기다리다 기디리다 겨우 한 9시쯤 아이가 거의 탈진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마침 흑인 치과 선생이 담당하게 되었는데 애를 살펴보더니 이를 뽑아야겠단다. 어서 그리 해달라 했는데, 이건 도대체 애가아파 어쩔 줄 모르는 것을 보고도 세월아 네월아 자기들 일처리하는 순서대로 뚜벅뚜벅 움직여 나갈 뿐이었다.

 

한국 사람들처럼 바쁠 땐 바쁜대로 재빠르게 일을 처리해 나간다는 것을 미국 사람들한테서는 애시당초 기대를 말아야 한다. 4 마침내 마취 주사를 놓게 되었는데, 맙소사 ! 요즘 세상에 어디서 구했는지 쇠(?)로 만든 주사기에 대바늘만한 주사기를 들고는 애더러 입을 아 ~ 벌리란다.

 

기진맥진한 애가 우람한 체격의 흑인 아저씨가 솥뚜껑만한 손에 무지막지한 주사기를 들고 자기를 바라보는 것을 보았을 때는, 제 아무리 상냥하게 "Open your mouth^_^" 해본들, 아이는 공포 그 자체에 빠져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옆에서 애타게 애를 달래 입을 벌려 놓았는테, 이런 ! 주사 놓는 솜씨란 ! 쯧쯧 ! ! !

 

손놀림이 어둔한지라 대바늘을 국 찔러놓고 애는 죽는다고 난린데도 여유 있게 그 양 많은 마취액을 쭈 우 욱 주사하는 것이다. 아이고, 좀 재빠르게 싹 놓아주면 아이가 덜 아플텐데 싶은 것이 속이 무척 상했다.

 

그게 끝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이번엔 그 반대쪽에 또 한방 놓아야 한단다, “0h, my god !”

 

간밤부터 앓아 이미 탈진한 애가 마취 주사 두 방 맞고는 완전 그로기가 되었다.

 

그러더니 이윽고 뺀치를 들고 와서는 상하좌우로 뺀치를 움직여 가며, 그것도 천천히 애 이률 뽑는 것이다,

 

여하튼 아픈 이를 뽑았으니 애는 이제 회복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지만 그 우둔한(?), 아니면 노숙한(?) 흑인 아저씨한테 부아가 있는 대로 치밀었다. 하지만 침 한번 꼴깍 다시 삼키고 생각을 정리해 보기를, 한국 치과 수준을 이 사람들한테 기대하는 내가 잘못이라고 마음고쳐 먹고 그 병원을 나왔다,

 

치료비는 45달러 정도 지불했던 것 같은데,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한 후부터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하는 치과를 찾아다녔었다.

 

한국 치과처럼 애들을 달래주는 여러 가지 장난감하며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의사도 애를 얼려가며 재빠르게 치료하는 곳을 찾아간 것이었다. 물론 치료비는 수백불이 들었지만

 

상황을 보아가며 그에 맞게 일을 처리해 가는 솜씨는 우리가 단연 압도적이다. 손놀림도 정교하기 짝이 없다.

 

우리끼리야 모두 그러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여기겠지만 세계에서 그런 손재주를 가진 민족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만의 재주로 키워가야 할 부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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