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대 커피-
술 권하는 사회, 담배 인심 좋은 한국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 미국에 갈 경우, 미국 사람유은 커피를 무지하게 잘 마시니 커피는 원 없이 마실 거라고 기대하기 쉽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여 미국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를 한번 마셔 보면 “이게 뭐가 커피야?”하게 된다. 그래서 따로 프림 찾고 설탕 찾아 듬뿍듬뿍 넣어 마셔도 영~한국식 커피 맛이 아니다.
흔히 미국 사람들이 자고 일어나면 눈 뜨자마자 한 잔의 커피의 향을 음미하며 마시는 것을 보고는 "와, 미국 사람들 고기만 많이 먹어서 그런가? 위장이 센 모양이네”한다. 한국식 진한 커피에 익숙한 사고의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가 공산주의를 배울 때 용어 혼란 전술이라는 것이 있듯이 미국 문물을 접할 때도 마찬가지로, 같은 용어라도 실제 의미는 다른 것이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 한 예가 바로 이 커피이다. 미국식 커피는 내린(drip)커피라고 커피 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내려 걸러서 마시는 커피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의 보리차라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부드럽고 순해 많이 마실 수가 있고, 갓 내린 커피의 그윽한 향은 항상 사람을 끄는 것이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여기에다 아무리 프림과 설탕을 타본들 근본적으로 한국 커피맛이 날 수가 없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드럭(drug)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단순히 사전적인 의미로 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드럭이란 온갖 나쁜 약물을 다 의미하는 ‘악(惡)의 용어이다.
헤로인, 코카인 등등 우리가 생각하는 마약류는 물론이고 술도 해당되고, 심지어 클린턴 대통령은 그 강력한 담배회사의 집요한 로비마저 뿌리치고 담배도 드럭으로 선포해 버렸다.
둘째 애가 감기에 걸렸기에 아침에 약을 먹이고 점심 때 시간 맞춰 약 먹으라고 챙겨 보냈더니, 방과 후 아이가 한 풀 죽어 돌아왔다.
이유인즉, 증빙서류 없이는 일체의 약물류는 학교에 반입이 엄격히 금지되므로 약도 못 먹었을 뿐더러, “차후 유사한 불미스러운 사례가 재발치 않도록”하는 교장 선생님의 정중한 경고서한까지 들고 온 것이었다.
경쟁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라 할른지 여하튼 약물 중독에 대한 미국 사회의 경각심은 실로 대단하여 초등학생 감기약도 쉽게 학교에 못 가져 갈 정도이다.
미국 사회는 술에 대해서도 상당히 엄격한데 그 저변의 이유가 바로 술도 드럭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만나면 그저 한잔 하자거나 이튿날까지 눈알이 빨개져 술 냄새 팍팍 풍기며 출근하는 사람은 얄짤 없이 이등 인간으로 취급된다.
사실 술에 떡이 되어 이튿날까지 널부러져 누워있는 모습이나 아편맞고 몽롱히 퍼져 누워 있는 모습이나 어린 초등학생들 눈에는 똑같이 보일 것이다.
미국식 교육을 배운 - 세뇌된(?) - 우리 아이들은 술과 담배가 그 더러운 드럭이라는 인식이 강력하게 주입되어 있어, 이와 관련해서는 상당한 조심을 기울여야 한다. 오히려 잘된 듯도 싶다.
술 권하는 사회, 담배 인심 좋은 한국 사회의 미풍양속(?)을 미국 사람들한테 호기롭게 펴 보이다간 제대로 대접받긴 어렵다는 걸 알아야 한다.
세계화에 걸맞게 변화되어야 할 사항들 중의 하나라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