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59)씨는 가히 현 정권 비선(袐線) 실세 논란을 불러일으킬만 했다. 정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는 2007년부터 7년 동안 야인(野人)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씨를 대하는 검찰의 태도는 오히려 비선 실세 논란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10일 오전 9시48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씨가 공개적으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그를 향한 취재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가 2~3분 동안 포토라인에 서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동안 청사 방호원 등 검찰 직원 10여명이 그의 주위를 에워싸며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기자들과 직원들이 서로 엉키면서 다소 혼잡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씨는 당초 예상과 달리 짧은 시간동안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뒤 서둘러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수사관들의 보호를 받으며 보안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통해 형사 1부가 위치한 청사 4층으로 올라갔다. 일반적으로 참고인은 검찰에 출석하면 신분증을 안내데스크에 맡긴 뒤 출입증을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검찰은 정씨의 신변보호요청을 지난 9일 받아들였다. 정씨가 협박을 당하는 등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특히 검찰은 이날 조사실이 위치한 검찰 청사 2개 출입층의 출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부터 형사1부와 특수2부가 위치한 청사 4층과 11층의 출입을 막았다.
검찰이 특정인을 조사하기 위해 출입제한조치까지 취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정씨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씨 출석을 두고 역대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던 당시 검찰 청사의 분위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언론의 취재 열기나 검찰의 대우 등이 그 당시와 버금간다는 반응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씨가 검찰에 공개 소환된 것 자체가 국민적 관심 사안 아니겠느냐"며 "포토라인에 선 모습을 보니 야인보다는 공인에 가까워 보이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그림자 실세'라고 불리는 정씨가 출석하니 검찰이 정씨의 그림자도 못 밟게 하는 것 같다"며 "정씨에 대한 지나친 보호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출입 제한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국가안보나 기밀과 직결되는 사안도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