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SK C&C 사장에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정호(51) 부사장을 발탁했다.
SK그룹 측은 "박정호 사장 인사는 전략적 혁신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재계에서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은 "SK텔레콤·SK이노베이션·SK네트웍스·SKC&C 등 SK그룹 4개 계열사 CEO를 모두 교체하는 '2015년 인사'를 단행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장동현 사장의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 발탁.
현재 그룹 내 주요 CEO들이나 부문장들이 대부분 장 사장보다 연배가 높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장동현 사장 인사를 '깜짝 인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10월 '2014 최고경영자 (CEO)세미나'에서 위기극복을 위해 전략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이번 인사가 전략적 혁신의 첫 단추"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SK C&C 등 대기업 시스템통합(SI) 회사들이 참여할 수 없게 되면서 매출의 50~60%가 감소하는 등 위기에 처해있다"며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개발본부를 두루 거쳐 신성장동력 발굴에 능한 박정호 사장을 발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박정호 사장 인사를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이는 SK그룹 내에서 SK C&C가 갖는 위상을 고려할 때 분명히 드러난다.
최태원 회장은 그룹의 핵심인 ㈜SK 지분이 겨우 0.02%(1000만주)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 C&C 지분을 32.9% 보유하고 있다. SK C&C는 ㈜SK의 지분 31.8%를 보유중이어서 '최태원 회장→SK C&C→㈜SK'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있다.
이 때문에 SK그룹의 이 같은 지배구조는 '기형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SK C&C가 ㈜SK와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 최태원 회장이 안정적으로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그룹 지배의 핵심인 SK C&C 사장 자리에 '젊은 피'인 박정호 사장을 발탁했다는 것은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다. 박정호 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최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경험이 있다.
또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 한국이동통신과 하이닉스반도체는 향후 SK그룹 내에서 주력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최태원 회장은 박정호 사장을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SK그룹은 박정호 사장 발탁을 통해 향후 SK C&C와 ㈜SK 합병 등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토대를 닦아놓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