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목욕-
한국식 대중 목욕탕은 동성애 장소(?)
미국 생활을 하다보면 한국 사람으로서 아쉬운 점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목욕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날이 찌부둥하기라도 하면 그저 뜨끈뜨끈한 탕에 들어가 “어 ~ 시원타!”하면서 목욕도 하고 사우나도 하면 다시 그만이련만 도대체 그런 류의 목욕탕이리는 게 아예 없다.
그렇다 해서 미국 사람들이 목욕을 안하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단지 우리식 대중탕이라는 게 없을 뿐이다.
간혹 대도시에는 그런 목욕탕이 있다고 하기는 하나 가본 적은 없고, 또 동성연애자들 집합장소로 이용되고 있어 우리식 목욕탕하고는 거리가 먼 곳이라고 들었다.
사정이 그러하니 집에서 욕실 튜브에 뜨거운 물을 잔뜩 받아 놓고 몸을 담그는 수밖에 없는데, 이게 아무리 뜨거운 물을 받아 열을 보존한다 하더라도 조만간 물은 식고, 욕실 기온도 썰렁해 져 버려, 도대체 목욕하는 기분이 들지를 않는다.
미국인들과 골프를 같이 치고 나도 이들한테는 우리식으로 사우나에 들어가 몸을 푼다는 개념이 아예 없을 뿐더러, 클럽하우스에 사우나 시설도 없다 보니 그저 부리나케 집에가 샤워나 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도 그중 우리와 비슷한 목욕 방법은 거품이 부글부글이는 부글탕(Jacuzzi)에 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보통은 수영장 옆에 같이 붙어 있기가 쉽다.
하지만 우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남녀가 수영복 바람으로 같이 탕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처음 여기에 들어갔을 때 “그래 ! 바로 이거야!” 하고 미국에서 우리의 대중탕에 가장 근접한 목욕식을 찾았다고 즐거워했으나, 이건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데다. 낯선 미국 여인네와 같이 들어앉아 있자니 기분이 영 이상했다.
애들은 맹탕 목욕탕이라도 좋아할진데 하물며 거품이 부글부글이니 그저 재미있다고 조잘거리며 즐거워하지만, 나는 멋쩍어 잠시 몸을 담그다간 곧바로 나와 버렸다.
대개 보면 여유 있는 미국인들은 자기 집에다 이런 시설을 설치하여 목욕을 즐기는데, 집에서는 홀랑 벗고 목욕을 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사람들은 공중이 모이는 곳에서 흘랑 벗고는 낯선 사람과 한 물속에 들어가는 것을 비위생적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뉴욕주 중간쯤에 시라토가(Saratoga)라고 옛날 독립전쟁 때 격전지였던 곳이 있는데, 이 곳은 온천으로 유명해 한국인, 일본인들이 온천을 즐기러 많이 들른다.
여기서 온천하는 방식에서 그들의 그런 사고방식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 개인용 탕에 한 명씩 들어가 한 20분정도 들어앉았다가는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같이 탕에 들어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등도 밀어주고 하는 것은 아예 허용이 되지를 않는 것이다. 한국식 목욕문화에 익은 사람들은 답답하나마 반분 푼다는 심정으로 이용할 뿐이다.
이런 것들을 목욕문화에 나타난 이들의 개인주의 성향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부터도 별의별 인종이 뒤섞여 있는데 같이 홀랑 벗고 한 탕속에 들어가라 하면 “글쎄요?”할 것이다.
단일민족이라 서로가 믿으니 함께 목욕을 즐겨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회가 복잡다기해질수록 위생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들의 목욕문화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