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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내국세

[연재]격동기 국세청 30년, 담담히 꺼내본 일기장(25)

공평·친절·신뢰세정 기치…추경석 청장시대 개막

두 가지 환난과 시련
 

 

 영등포세무서에 재직하던 중 나는 공직생활에서 겪지 않아야 할 두가지 환난을 겪게 되었다.
 
하나는 내가 84년과 85년 이리세무서에 재직할 때의 일이었다.
 고용원 고OO가 그날그날 체납세금받은 것을 장부에는 영수한 것으로 소인하고 받은 돈은 자기 주머니에 넣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해먹은 것이 감사원 기획감사로 들통이 났다.

전국적으로 여러 세무서가 발각이 나자 횡령한 당사자는 형사고발하고 회수하지 못한 횡령금액은 당시 징세계장, 총무과장, 서장이 형편대로 변상하라는 방침이 내려졌다.
다른 세무서에서는 횡령자 본인을 즉시 잡아서 구속하자 주변의 가족들이 서둘러 문제 해결을 했으나 이리세무서의 경우는 횡령자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후임자들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우리는 각자 얼마씩 나눠 변상했고 나머지는 횡령자의 밭과 집의 경매를 통해 충당함으로써 우여곡절 끝에 이 환난을 극복했다.

 이 일을 처리하는데 90년 당시 박평숙(朴平淑) 이리서장의 과단성있고 투철한 공무집행이 없었더라면 부동산 압류와 경매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 한분 익산군 여산에 있는 현대요업 김병우(나의 고향 선배) 사장께서 스스로 지혜를 내 횡령자의 밭과 집의 경매에 응찰함으로써 일을 조기에 수습하도록 도와준 일을 잊기 어렵다.


 

91년 12월 추경석 국세청장이 취임했다. 국세청 사상 처음으로 순수 국세청출신이 국세청장에 올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추경석 국세청장은 노련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다소 경직되어 있던 국세행정을 국민편의위주로 바꾸는 등 국세행정의 품질을 크게 개선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경제성장에 힘입어 세수 또한 예산상의 세입을 초과 달성하므로써 ‘국세행정 태평성대’를 열었다. 92년 1월27일 개최된 전국세무관서장회의 모습. 요즘에 비해 매우 소박해 보이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명쾌했다. 사진 왼쪽줄 좌로부터 임영호 재산세국장, 허연도 직세국장(작고), 김거인 징세심사국장, 조중형 국제조세조정관, 추경석 국세청장, 임채주 국세청 차장, 오른쪽 줄 첫번째 황재성 서울청조사국장, 서정원 서울청 간세국장 등의 옆 얼굴이 보인다. <세정신문DB>

 



다른 하나의 시련은 91년 영등포세무서외 4개 세무서의 직원이 소득세 실지조사(실사)때 부정한 돈을 받아 남부지청에서 일시에 구속 수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영등포세무서에서는 이OO라는 직원이 연행되었다.

이 사건은 남부지청 특수부 N검사의 기획 작품으로 당시 T.V와 일간신문에 대서특필되었고 특히 동아일보 Y기자는 연일 1면 톱으로 세무관서의 비리를 총체적으로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짜맞추어 기사를 쏟아냈다.
사람이 바로 이런 식으로 매도당할 때 그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어 최후를 선택하지 않나 생각이 되었다. 그건 아니라고 해도 믿어줄 사람이 없고 그렇다고 전부가 다 사실이 아니란 것을 자기 양심이 말하고 있을 때 우린 어떻게 할 바를 몰랐다.

해당 세무서장들은 모여서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용하다는 A변호사를 선임했으나, 그는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소득세과장이 아는 다른 변호사가 돌아가는 사정을 그때그때 말해 주었다. 공직자의 수뢰 사건에서 사실상 변호사가 할 일이란 거의 없다는 것을 이때 알게 됐다.

나는 A변호사에게 수임료란 귀하의 정당한 노력에 대한 대가이어야 하지 않느냐고 따지면서 우리가 수임료조로 준 건낸 돈 중에서 내가 부담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서장들이 낸 돈은 돌려 달라고 했더니 그는 그런 사례가 없다며 거절했다.
수사관들은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들에게 일부러 서장이 보라는 듯 매우 모욕적인 언어와 손찌검으로 대하는 것을 목격했고 그때마다 너무나 마음이 무거웠다.

결국 이 일은 모두 집행유예로 종결이 되었지만 그동안 이 불명예스러운 사건의 기관장으로서 검찰과 언론사를 오가며 동분서주, 노심초사했던 일을 생각을 할 때면 지금도 이 사건이 마음 아픈 기억으로 뇌리에 남아 있다.
 

 

7. 본청 재산세국 재산세2과장

 


91년 12월 서영택 청장이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기용됨에 따라 그달 21일 추경석 차장이 새 국세청장으로 발탁됐다. 국세청 내에서는 거듭 연속해 내부 승진 기용이라고 하여 모두들 기뻐하였다.

취임식에서 추경석 신임 청장은 공평, 친절, 신뢰세정의 기치를 내걸고 일선 조직의 역량강화, 기강쇄신, 공정한 인사에 초점을 두고 국세 행정을 펼쳐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윽고 92년 새해가 밝으면서 신임청장의 첫 작품인 간부인사이동이 큰 폭으로 이루어졌다.
그해 1월13일 나는 예상했던 대로 일선 세무서장시대를 마감하고 본청에 입성하게 됐다. 나의 보직은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행정을 담당하는 재산세국 재산세2과장이었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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