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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3. (월)

내국세

(82)'관료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로선다'

허명환 著(前행정자치부 서기관)

-흑인 영가-
인종 평등주의는 확고한가?

 

I-95는 미국 동부의 북쪽 끝 메인(Maine)주에서부터 남쪽 끝 플로리다(Florida)주를 이어주는 동부지방의 간선 고속도로이다. 이 도로를 따라 쭉 남쪽으로 달리다 워싱턴 디씨(Washington D.C.)를 지나면서 뭔가 지나가는 차들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는데, 다름 아니라 흑인들이 운전하는 차들이 많다는 것이다.

 

담배나 면화를 생산하는 폴란태이션이라는 대규모 농업으로 유명한 지역인 사우스 캐롤라이나(South Carolina)와 조지아(Georgia) 주를 지나가면 그러한 느낌은 더욱 강해져간다.

 

조지아주 사반나(Savannah) 라는 곳은 대서양에 연해있는 도시로서 당초 영국이 1732년에 13번째의 식민지로서 이 주를 개척하면서 건설한 곳이다.

 

오늘날 이 도시는 미국 최초의 계획도시로서 역사적 가치를 부여받고 있는데, 최초 건설당시에는 24개의 광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건설되었으나 요즘은 2개의 광장만 남아 있다.

 

이 도시는 사반나강을 통해 대서양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광활한 조지이주에서 생산되는 쌀, 담배 그리고 면화의 주된 수출항으로 기능했었다.

 

면화 선적장, 정부청사 건물, 교회, 아담하게 꾸며진 정원, 당시로서는 대저택으로 분류되었을 가옥들… 야자나무 아래로이어지는 이런 것들을 음미하며 천천히 걸어가노라면 이상하게도 당시 노동력의 원천이었던 흑인들의 모습이 연상되어진다.

 

말이나 소 등 가축과 똑같이 인간노예로서 온갖 학대와 착취를 당했을 흑인들이 그들의 한과 고뇌를 삭이기 위한 도피처요 안식처로 교회를 이용하였었다.

 

작열하는 아열대 햇살 아래 새하얀 회백색 교회당 벽면을 땀에 찌든 수많은 흑인 노예들이 바람같이 스치고 지나갔을 것이다.

 

흑인들의 한 많은 애환을 묘사한 흑인영가는 이러한 분위기를 직접 느껴본 후 들을 때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조지아주는 MLK(Martin Luther King)폭인 목사가 애틀란타(Atlanta)에서 태어난 곳이고, 1968년 4월 4일 그가 암살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 각 도시에는 그의 이름을 딴 도로가 있다.

 

레이건(Reagan)대통령은 1986년부터 1월의 세 번째 월요일을 MLK의 생일을 기념하는 기념일로 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이 1998년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결국 흑인노예제도에 대한 속시원한 사죄를 표하지 않은 것에서, 비록 흑인들이 노예제도에서는 해방되었으나 백인 우월주의는 아직 기세가 등등하다는 점을 읽어야 할 것이다.

 

홍익인간의 후손인 우리로서는 대단히 섭섭하겠지만, 황인종은 흑인종 다음의 반열에 두어진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었다.

 

거대한 헐리웃의 영화산업이나 TV광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 이러한 정서이다. 유심히 관찰해 보면 항상 승리하고 우월하고 착한 것은 백인이요 그렇지 않은 것은 여타인종으로 묘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인의 인종적인 편견에 대응하여 적대감을 갖자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인종평등주의라는 당연한 명제가 당연히 모든 미국인들의 사고에 체화되어 있다고 믿지는 말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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