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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내국세

(81)'관료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로선다'

허명환 著(前행정자치부 서기관)

-노점상-
삶의 애환은 똑같다

 

미국 북동부 제일 끝 쪽 주는 메인(Maine)주다. 이 주의 면적은 33,215평방마일로 우리나라보다 약간 작은 규모이나 인구는 월등하게 작은 120만 명 정도뿐이다.

 

그렇다 보니 이 주를 달려가다 보면 인가 보기가 이주 어려워져 멀리 집 굴뚝에 연기 나는 것만 보아도 괜스레 반가움을 느끼게 된다. 역시 사람은 떨어져 살아야 정이 붙는 법이여!

 

이 주의 동쪽 대서양 연안에 아카디아(Acadia) 국립공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미시시피강 이동에서 맨 처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며, 동부 쪽 부호들이 여름휴가로 즐겨 들리는 곳이라 하기에 한번 가 보았다.

 

캐딜락(Cadillac)산은 해발 466m로 이 공원에서는 제일 높은 산인데, 여기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철썩 처얼썩 파도 소리,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 비릿한 해초 내음 등은 태평양이나 대서양이 나 똑같음을 알 수 있다. 차라리 주변 경관은 우리나라 제주도가 훨씬 낫다.

 

사정이 그러함에 이 한적한 벽촌까지 먼지 뒤집어쓰고 달려온 보람이 뭔가 하는 회의가 드는데, 그래도 반 분이나마 풀 수 있는 게 길을 달려가다 보면 곳곳에 바다가재(lobster) 파는 것을 사먹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가재는 미국 북동부 해안에서 주로 잡히는데 미국에서도 비싼 음식으로 통한다. 시라큐스(Syracuse)는 내륙지방에 있다 보니 운송에 따른 비용 등으로 인해 마음 놓고 먹어볼 수 있는 음식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바다에서 잡아 그대로 올라 파는 산지까지 왔으니 이무래도 가격도 싸고 싱싱도 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길가에서 바다가재를 늘어놓고 파는 곳도 흔해 쉽게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35파운드짜리와 그것보다 약간 작은 것으로 두 마리를 샀는데 40달러 넘게 주었던 것 같다. 현지에서도 결코 싼 것은 아니라고 느꼈었다. 35파운드짜리는 진짜 커서 집게손(pinching daw)에 한번 걸렸다 하면 사람 손가락도 싹뚝 할 정도였다.

 

계산을 마치자 두 마리를 바로 옆에서 펄펄 끓는 솥에다 그대로 집어넣는다. 항상 장작을 지펴 펄펄 끓는 솥을 걸어 두고 있는 것이다. 옆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 찍어 먹는 소스를 따로 사오니 두 마리 바다가재는 껍질이 새빨갛게 익었고, 등과 손부분의껍질은 먹기 쉽게 조금씩 잘라 놓았다.

 

노점상 덕분에 바다가재를 간단히 사먹을 수 있게 됨에 신이 나서 모텔로 돌아오는데, 그래도 한편으로 저 사람들 혹시 무허가 아닌가? 여기도 그런 허가받아야 팔 수 있는 것 아닐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차를 돌려 다시 가서는, 당신 허가받고 이 장사 하는 거유? 라고 물어볼 용기도 없고 시간도 없어 그냥 그길로 돌아와, 좌우당간 바다가재 두 마리를 맛있게 해치웠던 기억이 새롭다.

 

사실 미국에서도 시골길을 달려가다 보면, 우리나라에서와 똑같이 길가에다 물건 늘어놓고 파는 노점상들이 흔하다. 가을에는 호박이 여름에는 옥수수가 주 종목들이다.

 

어떤 시골길가 가게에 들어가 보면 여러 가지 채소도 늘어놓고 팔고 집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을 팔기도 하며, 콜라 등 간단한 음료수를 냉장고에 넣어 놓고 낱개로 파는 곳도 있다. 홉사 우리 짝이다.

 

미국 촌 아낙네가 옥수수 몇 자루 팔고 꼬깃꼬깃 호주머니에 집어넣는 1달러짜리나 수건으로 햇빛 가린 한국 아낙네가 수박한 덩어리 팔고 뿌시럭 뿌시럭 전대에 집어넣는 1,000원짜리를 둘러싼 삶의 애환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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