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5.24. (토)

내국세

국감 이슈체크…모범납세자 조사유예, 毒일까? 藥일까?

모범납세자.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납세의무를 이행한 납세자를 일컫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세청훈령에서는 모범납세자의 정의를 꽤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다. '납세의무를 성실히 수행해 성숙한 납세문화를 조성하고 납세를 통해 국가재정에 크게 기여하는 등 타의 모범이 되는 자'로 정의하고 있는 것.

 

세부적으로 보면, ▷국세청 표창규정에 따라 매년 납세자의 날에 표창 등을 수상한 개인 또는 법인 ▷국세청장이 별도로 정하는 선정기준에 따라 성실하다고 인정하는 개인이나 법인 ▷수출 또는 신기술개발 사업자로서 국무총리표창 이상의 정부표창을 받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추천하는 자 ▷노사문화 우수기업 또는 노사문화대상기업으로 고용노동부장관이 추천하는 자 등을 모범납세자로 선정하고 있다.

 

이 '모범납세자 제도'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주요 이슈가 됐다.

 

2009년 모범납세자로 선정됐던 배우 송모씨의 탈세문제가 불거지면서 국정감사 도마에까지 오른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모범납세자에게 주어지는 세무조사 유예 혜택이 탈세의 동기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국세청장 이상의 표창(포상) 수상자-3년간 세무조사 유예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 표창 수상자-2년간 세무조사 유예 ▷외부기관 추천 모범납세자 중 국무총리표창 이상의 표창 수상자-2년간 세무조사 유예 ▷외부기관 추천 모범납세자 중 국무총리표창 이상의 정부 표창을 수상하지 못한 납세자-1년간 세무조사 유예. 이것이 모범납세자에 주어지는 세무조사 유예 혜택이다.

 

개인사업자든, 법인사업자든, 연예인이든 모범납세자 표창을 받고 일정 기간 세무조사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매력이다. 요즘은 정도가 덜 하지만 매년 납세자의 날을 앞두고 후보자 추천기간이 되면 암암리에 모범납세자상을 받으려는 물밑작업이 활발했었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니 국감의 이슈가 될 만도 했다. 국세청이 이번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기재위 심재철·김영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과 2010년 선정된 모범납세자는 각각 549명, 546명이었는데, 2009년 선정된 모범납세자 가운데 22명이 탈세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아 925억원을, 2010년에는 27명이 947억원을 각각 추징당했다.

 

2011년에도 526명의 모범납세자 가운데 14명이 조사를 받아 797억원을 추징당했다.

 

아직 3년의 세무조사 유예기간이 끝나지 않은 2012년 모범납세자 570명 가운데서도 8명이, 2013년 모범납세자 569명 가운데서도 2명이 세무조사를 받아 각각 295억원, 34억원을 추징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모범납세자가 조세포탈혐의로 적발된 사례까지 있었다. 2007년 1건, 2008년 2건, 2009년 2건, 2010년 4건, 2011년 4건, 2012년 8건, 2013년 4건.

 

한켠에서는 "모범납세자로 선정됐더라도 탈세혐의가 있으면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준 계기가 되지 않았느냐"는 긍정론도 있지만, 이쯤 되면 "세금을 잘 낸 납세자가 존경받는 사회적 풍토를 확산시키기 위해 모범납세자에 대한 실질적인 우대혜택을 부여하겠다"는 국세청의 방침은 어딘지 궁색해 보인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모범납세자에게 주어지는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폐지 또는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모범납세자로 선정됐더라도 구체적인 탈루혐의가 있으면 반드시 조사하겠다"면서 "모범납세자 지정 이후 탈세사실이 드러나면 지정 취소와 함께 혜택을 박탈하도록 조치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서너달 있으면 내년 납세자의 날에 표창할 모범납세자 후보자를 추천하게 된다. 표창의 영광을 안은 모범납세자들은 앞으로 더욱 세무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이번 국감으로 국세청이 모범납세자에 대한 세밀한 관리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