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 국도를 덮친 흙더미가 50일이 지나도록 손도 못대고 방치되는 어이없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국도 2호선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곡안리 지점에 흙더미 400여t이 왕복 2차선 도로의 한 차선을 막고 있다. 지난 8월25일 기록적인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에서 밀려내려온 흙이다. 꼬박 49일째 손도 못대고 방치되고 있다.
이유는 흙더미 속에 있을지 모르는 유골 때문이다. 산사태 직후 중장비로 도로 한쪽 흙더미를 치우고 다음날 나머지 한쪽 흙더미를 치우는 과정에서 중장비 기사가 산사태가 발생한 부분에 벌초 흔적을 발견한 뒤 복구를 중단하고 지금껏 그대로다.
벌초 흔적이 있으니 분묘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 구청은 분묘개장권이 있는 분묘연고자를 찾고 있으나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유골이 있을지 없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산사태가 발생한 산지소유자와 마을이장, 현장 주변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조사했으나 분묘가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어이없는 사태가 장기화되자 이곳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운전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가로등이 없어 경광등이 위험을 경고하고 있으나 야간 교통사고 위험은 여전히 매우 높다. 진전면사무소와 구청에는 관청이 손놓고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민원이 수시로 접수되고 있으나 속수무책이다.
방치하고 있는 이유는 황당하게도 분묘연고자 외는 손을 댈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장사법 때문이다. 만일 치웠다가 나중에 연고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곤란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구청과 시는 이런 문제점을 알고 연고자가 나타나기 전에 흙더미를 치울 수 있는 근거를 모조리 찾았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구청 안전녹지과는 1차 무연고분묘 개장공고를 낸 데 이어 2차 공고를 낸 상태다.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12월15일이 지나서야 흙더미를 치울 수 있다.
운전자들은 고속도로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도 그대로 놔 뒀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장사법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난 뒤에도 운전자들이 이런 법 규정이 아직 남아 있는 이유를 수긍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해당공무원들은 "분묘, 유골에 대한 우리의 특수한 정서 때문이라고는 하나 공공의 안전에 크다란 위협이 될 수 있는 사태를 지켜봐야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