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5.25. (일)

내국세

(59)'관료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로선다'

허명환 著(前행정자치부 서기관)

-인건비 빼먹기-
종업원이 많으면 가격도 비싸다.

 

미국 사람들한테 땅투기라는 말은 납득시키기 무척 어렵다. 가만히 있는 땅이 어떻게 해서 수십 배, 수백 배 뛴다는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이유인즉, 널리고 널린 것이 땅이라 그렇다. 시내라도 잡초 우거진 공터는 수두룩하다. 그러다보니 도심 외에는 고층건물이라는 걸 보기 어렵다.

 

대개 건물은 이층이 없는 대신 땅 넓은 줄만 알아 무지막지하게 면적이 넓어져 실내라도 워키토키로 연락을 하거나 방송으로 서로 찾는다.

 

대형 할인매장(wholesale club)은 회원제로 운영하는데 우리와 가장 비슷한 것이 일산에 있는 마크로(makro)이다. 우리의 대형슈퍼에 해당하는 것은 케이마트(K-mart)나 월마트(Walmart)다.

 

하여튼 이런 가게들은 그런 건물형태로 영업을 하다 보니 무척 넓어, 도대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익히려면 처음에는 한동안 부지런히 들락날락해야 한다.

 

그 들락날락해야 되는 횟수를 더 보태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종업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계산하는 곳에 돈 받는 종업원 몇이 있고, 그나마 손님들 줄이 어느 정도 이하이면 그 종업원 수마저 줄여버리는 연동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상품 반납하거나 교환해 주는 직원 2명 정도 그리고 지배인1명, 그리고 보조 직원 1~2명 정도가 땡이다 그나마 대부분 직원은 정식 직원이 아닌 시간제 근무자들이다. 시간당 15달러 정도 주면 끝이라 의료보험 같은 거 신경 안 써도 된다.

 

그러다 보니 넓디넓은 창고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을 못 찾으면 피곤해진다. 한참을 걸어 카운터에 가서 물어보고, 다시 종업원과 함께 상품이 놓여 있는 곳까지 걸어 와야 하고.

 

"어휴! 이 사람들! 좀 곳곳에 안내원 세워두면 어디 덧나냐?”하는 군지렁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고객 여러분! 귀찮으시더라도 불편을 조금만 감수하여 주시면 저희들은 좀더 싼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고객 여러분들께 조달해 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 문구에 불만을 삭이게 됨과 발품을 팔고, 스스로 상품이 놓여 있는 위치를 익히곤 하게 된다.

 

백화점에 가도 마찬가지라 상품에 대해 뭘 물어 보려고 안내원 찾다가 포기한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사고방식으로 완전히 배짱장사하는게지 뭐.

 

거꾸로 한국에 돌아와 백화점이나 마크로 같은 데를 가보고는 또 놀라 버렸다. 이건 곳곳에 안내원이 있을뿐더러… 그나마 넘쳐 나고 있는 게 아닌가!

 

통로마다, 매장마다 보통 수명씩 옹기종기 서 있고 앉아 있고 하니, 내가 원하는대로 물어볼 수 있고 안내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왜 이렇지? 우리나라는 인건비가 무지하게 싸서 그런가? 물론 내가 지불하는 상품가격에는 저 사람들 인건비도 포함되어 있을 거야!

 

가격이야 조금 비싸더라도 일단 무지하게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저 많은 사람들 일자리도 줄 수 있게 되는게 아닌가 싶어 참기로 했다.

 

그러나 이제 곧 케이마트나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도 상륙할 모양이라는데…

 

근본적으로 외국보다 비싼 금리의 자금을 쓰는 국내 유통업체가 이런 식으로 고객 위주(?)의 종업원을 부린다면 그 결과는 여하? 쩝쩝 !!!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