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형, 비밀번호 같은 문패 앞에
오래된 낙엽 한 장 서성거려요
젊은 날 대둔산 엠티 갔을 때
하늘과 땅, 땅과 산 사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돌층계
그 가파른 절벽에 갇혀
나는 한 줄의 편지를 썼지요
―세상 반듯하게 걸어라
후들거리며 다짐하는 동안
한없이 무너지는 계단 밑으로
환한 길이 열렸습니다
기억도 바란 수 십 년 세월을 건너
불쑥 찾아온 낙엽 한 장,
또 다시 가슴을 쿵쿵 치고 있습니다
그날의 젊은 주인공은 아니지만
수취거절은 차마 못하겠네요
기우뚱거리며 흘러간 세월 속
반듯하게 걷지는 못했지만
-세상 반듯하게 걸어라
그 절벽에서의 흐느낌대로
J형, 나는 다시 한 줄의
가을 편지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