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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굴한 지석(誌石) 500여점 숨긴 박물관장 '덜미'

조선 제11대 왕 중종(中宗)의 손자인 풍산군 이종린의 분묘 등에서 도굴된 지석(誌石) 558점을 개인 수장고에 숨긴 사립박물관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문화재청과 공조해 박물관장 권모(73)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또 지석을 갖고 있던 이모(사망)씨의 부인 오모(54·여)씨가 의뢰해 문화재 매매를 알선한 업자 조모(65)씨, 김모(64)씨를 함께 검거했다.

권씨는 2003년 6~8월 조씨와 김씨로부터 각각 3차례, 10차례에 걸쳐 지석 379점을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와 김씨는 지석을 3300만원에 넘기고 이 중 10%를 매매 수수료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2일 권씨로부터 지석 179점을 추가로 압수했다. 문화재청의 감정 후 유통 경로를 수사할 예정이다.

지석은 묘에 묻힌 사람의 이름과 생년월일, 일대기, 조상·자손 등을 기록해 무덤 옆에 묻는 판석이다. 매장자의 일대기나 사회사가 기록돼 있어 당시 사회상을 연구하는 데 주요 자료로 활용된다.

경찰은 도난된 불교문화재가 경매 시장에 나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 6월 권씨의 수장고를 압수수색하다가 3000여점의 문화재 중 지석을 무더기로 발견했다.

경찰 조사에서 권씨는 지석이 장물인지 몰랐고 학술·연구 목적으로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박물관장인 권씨가 본래 무덤 속에 묻혀 있는 지석이 도굴된 문화재라는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적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또 발견 당시 지석이 먼지가 쌓인 종이 상자와 나무 상자에 담겨 있던 점을 토대로 연구 목적으로 보관했다는 권씨의 말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도굴한 뒤 무덤을 원상태로 복구한 탓에 피해자들은 조상의 지석이 도난당한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찰은 압수한 지석을 피해 문중에 돌려주고, 주인을 찾지 못한 지석은 국립민속박물관에 보관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2009년도에 거래되던 지석 24점이 5억원으로 환산된 적은 있지만 이번에 발견된 지석은 경제적 가치로 계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문화재는 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대부분 공소시효가 끝난 뒤 유통된다"며 "공소시효를 폐지하거나 연장하고, 문화재를 거래할 때 허가를 받도록 하는 매매 허가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사망한 이씨와 공소시효가 지난 조씨와 김씨를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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