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차면 기우나니-
망할 것은 망하게 두라
미국 TV특집물 중에 미국의 성 (American castle) 이라는 것이 가끔 방영되는데, 한때 미국의 신문왕으로 불리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 가 소유하였던 허스트성(Hearst castle)은 그런 프로에 꼭 나타난다.
이 성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샌루이스오비스포(San Luis Obispo)군의 산타루시아(Santa Lucia)산맥 위에 그 위용을 자랑하면서 오늘도 서 있다.
1919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완공에 28년이 걸린 이 성은, 방만 165개가 있으며, 127에이커의 정원, 두 개의 풀장, 요즘 서울시내소극장 크기 만한 극장 그리고 당구장, 테라스 둥둥 규모면에서도 실로 대단하다.
실내 장식으로는 온통 수입한 스페인제, 이태리제 가구와 대리석 조각, 유명 예술품, 각종 건축 양식, 키프러스 나무 등등 호화의 극치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1951년 성주인인 허스트가 사망함으로써 이 엄청난 성을 유지, 관리할 여력이 없어짐에 따라 비바람에 그대로 방치되게 되자,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역사적, 교육적 가치를 생각하여 직접 관리하게 되었다.
자연, 관광객은 비싼 입장료를 내고 관람하여야 되는데, 성의 엄청난 규모로 인해 관광코스만도 4종류가 있다.
매표소는 산 아래 도로변에 있어, 여기에 주차를 한 후 셔틀버스를 타고 한참을 산을 올라야 정상 부근에 있는 이 성에 다다르게 된다,
야자 종려나무와 키프러스 나무 그리고 대리석 조각 등으로 멋들어지게 꾸며 놓은 테라스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노라면 나도 억만장자가 된 착각에 빠져 들기 쉽다.
탁 트인 태평양이 아스라이 수평선 너머로 이어지고, 좌우로 둘러보면 부드러운 산타루시아 산맥의 구릉들이 연해 있으며, 곳곳에 사슴, 노루 그리고 토끼 등이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을 즐길 수 있다.
특히나 로마식으로 꾸며 놓은 야외수영장인 넵튠(Neptune)풀은 그 화려한 신전 조각과 새과란 수영장 바닥 등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우며, 실내에는 베네시안 유리로 역시 멋진 장식을 해 놓은 풀장이 또 있다 그 많은 물을 산밑에서 급수해 오자면비용과 노력이 대단했을 것이다.
당대의 권력자, 재력가, 연예인 둥 내노라 하는 사람들은 허스트성에 초대받는 걸 영광으로 생각했다 하며, 찰리 채플린도 이곳에 초대받고 와서는 영화관에서 자신의 영화를 성주인과 함께 관람하기도 했단다.
사방으로 눈길이 미치는 곳 너머까지가 그의 영지였으며, 그 안에 살고 있는 각종 야생동물이 굶어 죽지 않도록 먹이를 주기도 했다 한다.
굳이 산 밑에다 세우지 않고 산위에 이런 규모로 성을 세움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인력, 비용 둥을 생각한다면 정말 지독한 사치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무릇 회자정리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라, 그 대단한 위용을 가진 성도 주인이 세상을 뜨자 급전직하하여 누가 선뜻 이를 인수, 관리하고자 하는 이가 없게 됨에, 결국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관리하게 된 것이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그 위용과 명성도 오늘날에는 관광객이 뿌리는 돈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그 길이 그래도 이 성의 역사적, 교육적 가치를 후대에 이어주는 방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관람을 마치고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주차장까지 꼬불꼬불 산길을 내려오며, 내가 왔다가던 말던 무심히 저녁노을 아래 서있는 그 성을 올려다보면서 무한한 대자연 위에 펼쳐온 인간의 온갖 영욕사가 덧없음을 느꼈었다.
한때를 좌지우지했던 유수한 대기업, 은행, 재벌 둥둥도 결국은 끝이 있는 것이라, 단지 그 생존기간이 길고 짧음만 남는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절묘한 시장의 법칙이고,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부실경영이 누적되어온 기업이나 은행은 역사속으로 좀 더 빨리 사라지는 것일 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가 막아 준다는 것은 결국 약간의 잉여시간을 인위적으로 더 준다는 것일 뿐이다.
망할 것은 망하게 두는 것이 모두가 사는 길이라는 걸 납득하는 것이 이다지도 어려운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