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검승부-
인생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다
미국에서 살다 보면 한번쯤은 “사람은 왜 사는가”하는 원론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아침 일찍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 돌려 매고 교통체증 속을 뚫고 출근하고, 낮 12시만 되면 와! 몰려 나가 점심 먹고 1시 되면 와! 다시 몰려 들어오고, 저녁엔 늦게 한잔 걸치거나 그냥 귀가하거나 하면서 일주일의 6일을 보낸다.
그나마 일요일도 출근 안한다면 경조사 참석이나 밀린 개인일 보고, 다시 월요일……
피서철이라면 긴 여름 동안 반짝 몇 주일, 겨울 스포츠로 스키 좋다면 모두 줄을 서서 가고) 설, 추석 때면 민족 대이동 행렬.
모두가 똑같다. 이런 흐름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으레 왜 그러느냐고 묻는 것이 우리들 생활방식, 사고방식이다.
미국인은 주 5일 근무하니 일요일에 교회 안 간다면 2일은 놀 수 있다. 내가 살았던 시라큐스(Syracuse)에서는 여가문화도 다채로워 여름철엔 바다같은 호수에서 제트스키, 요트, 낚시, 겨울엔 스키, 사냥을 즐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우리와 다른 것은 여름에도 콜로라도(Colorado)주나 알래스카(Alaska) 주로 스키타러 갈 수 있고, 겨울에도 마이애미 비치(Mami beach), 키 웨스트(Key west), 혹은 하와이(Hawaii)로 가 여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계절의 제한이 없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사다.
스포츠용품 가게에 가면 온갖 것 다 판다. M16소총 등 다양한 총도 돈만 주면 살 수 있다. 무선 모형비행기를 날릴 수도 있고, 아마추어 Ham도 즐길 수 있고, 비행기도 사서 타고 날아다닐 수도 있다.
중고차 가격이면 중고 비행기 사서 넓은 천지를 날아다닐 수 있는데, 곳곳에 활주로가 있어 야영도 할 수 있다 몇 년 더 있었으면 나도 즐겼을 것이다.
물론 이런 취미활동에 국가가 허가(permit)를 주면서 관여한다. 그러나 그 허가의 본질은 자신은 물론 타인보호 환경보호 등을 위한 최소한의 지식을 갖출 것만 요구하는 것이다. 대개 일 년에 등록비 15달러만 내면 땡이다.
결국 어떤 스포츠를 즐길지 여부는 자신의 경제적 여유와 여가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정말 돈 벌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나라다. 미국 사람들 개같이 벌어서 정승이 부러워하게 쓴다.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범죄를 택하지 않는 한 돈을 벌기 위해서는 경쟁을 해야 한다. 자신의 반짝이는 아이디어, 남다른 노력 이런 것들이 미국경제발전의 원동력이고 이 나라를 세계 강대국으로 유지하는 근본요인이 된다.
자본주의 국가발전의 원동력은 이노베이션(Innovation) 이다. 국가의 규제 덕에 돈을 번다는 것은 불공평한 것이다. 본인의 노력과는 관계없이 결정되는 연줄에 의해 혜택을 본다는 것은 공정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돈을 벌고 인생을 즐긴다. 그것뿐이다. 그러면 경쟁에서 진 사람은 어떻게 되나? 국가가 해야 할 일중의 큰 부분이 이 분야다. 다시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기본생활을 돌봐 준다. 주거비보조, 식비보조, 의료비보조 등……
만년 이 제도의 은덕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문제지만, 그래도 잠시 혜택을 보고는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여 재성공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사람들 가난에 대해 집중 분석을 하는데, 젊은 세상 놀다 보니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 대해선 냉정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것이 확고한 이 사람들의 신념이다.
쓰레기통을 뒤져 캔을 찾는 이들이 흔하다. 하나에 5센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NBC방송국이 있는 뉴욕시 맨하탄의 번화가에 대낮에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소화전에 물건을 꺼내놓고 소변을 보는 흑인도 있다는 것은 분명히 번영의 어두운 부분이다. 그러나 경찰이 단속하지 않는 한 다른 시민들은 힐끗 보고는 종종걸음으로 지나간다.
진검승부가 없는 경쟁은 놀이에 불과할 뿐이다. 철밥통(ircn rice bowl)이 있는 한 공직사회에서의 경쟁도 마찬가지다. 연공서열식 게걸음 인사로 움직이면 족하다.
다우코닝사 유치를 담당했던 모 자치단체의 과장이 협상기간 동안 3명이 갈렸다 한다. 유치못 할 경우 해고(layoff)된다 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호화 yacht를 타고 인생을 즐기든 쓰레기통을 뒤져 캔을 뒤지든 본인 책임이 되어야 한다. 빈민가에서도 화려하게 성공할 수 있는 그런 경쟁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캔을 뒤지는 사람 때문에 yacht놀이를 삼가 한다는 것은 반경쟁적이다. 내 발로 내가 서고 내 식구 내가 챙길 수 있으면 족하다는 자세가 IMF 조기 졸업을 약속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