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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5. (일)

내국세

[연재]격동기 국세청 30년, 담담히 꺼내본 일기장(7)

햄버거 한개·콜라 한캔 점심때우며 미국유학

‘Korean ginseng’별명을 얻다

어느 날은 한국의 고려인삼을 팸플릿을 통해 소개하고 그 효능에 대하여 브리핑을 했다. 학생들에게 인삼차를 갖다 주었는데 다들 온수에 타서 마시곤 했는데 마치 최음제(amprodiziac)처럼 무슨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것으로 기대한 학생도 있었다. 이 일로 나는 학생들 사이에서 ‘코리안 진생’으로 불렸다.
교육 중간에 1주일씩 2번의 Field Trip이 있었다.
첫 번은 2대의 van으로 캘리포니아 남북으로 뻗어 있는 101 Freeway를 타고 L.A에서부터 태평양 해변에 점점이 박혀 있는 민속마을, 가톨릭수도원, 산호세, 몬테레이비치 등 이름있는 관광명소들을 들러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금문교, 부두, 지하철, UC Berkly 등을 관광하였다.

Fresno Service Center에서 ADP현장을 보다

우리 일행은 다시 캘리포니아 내륙으로 접어 들어 이번에는 북에서 남으로 건조한 사막지대를 훑어 내려오면서 도중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구경하고 Fresno에 있는 Service Center(SC)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미국 납세자들이 신고한 소득세 신고서가 어떻게 수집돼 어떻게 분류되고 전산처리되는지 현장 견학을 하였다. Service Center내에는 미국 우체국(U.S.Post Office)이 실내 입구에 들어와 있었다. 신고서가 들어 있는 봉투가 일렬로 정돈되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되는 동안 신고서 봉투 하단이 컷팅 나이프로 절개되면 SC 직원들이 먼저 봉투 속에 들어 있는 세금인 개인수표(Personal Check)부터 꺼내서 한 묶음씩 모은 다음 바로 실내 뒤편에 위치한 미 재무성 국고(U.S.Treasury)에 지체없이 입금시켰다. 이는 하루라도 국고 예금이자의 손실을 방지하려는 조치라고 하였다. 개인수표를 빼낸 신고서 봉투는 수백개의 분류 바구니에 담겨져 전산처리실로 옮겨진 후 자료가 자동처리(ADP:Automatic Data Processing)되고 있었다.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여 볼 때 너무 부러웠다.
소득세·부가세 신고 기간마다 신고서를 대필해 주느라 도떼기 시장 같은 우리 세무서의 일선 창구의 모습, 신고서를 모아 전산실로 보내고 전산실은 그 많은 신고서를 코드화해 입력한 후 다시 불부합자료를 출력하여 처리하라고 일선 세무서에 쓰레기 더미처럼 쏟아내는 그런 모습, 그리고 이렇게 출력 하달한 자료는 제때에 처리될 수 없어 계속 쌓여만 가는데 자료처리 실적을 100%라고 허위보고를 내고 이런 상황을 알고도 감독기관에선 감독할 수 없는 실상이 나의 뇌리에 떠올랐다.

 

필자가 '80년 USC 유학시절 James B.Hem 조세행정연구소장(左)와 그의 연구실에서 담소하는 모습.


햄버거 한 개, 콜라 한 캔으로 점심을 때우다

두번째 Field Trip은 유타, 애리조나 사막, 피닉스, 라스베거스를 거쳐 Zion Canyou, Bryce Canyon, Grand Canyon을 3박4일간 여행했다. 6개월간 우리의 유학 경비는 학비, Field Trip과 생활비를 포함하여 1인당 약 1만달러였다.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식대뿐이었다.
매일 점심은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에서 빅맥 1개, 코크 1캔으로 합계 1달러90센트로 해결했다. 김 사무관은 후일 기억을 위해 시장본 영수증을 메모장에 빠짐없이 붙여 보관했다.

나의 논문제목: 미국의 납세상담제도

수료를 앞두고 우린 각자 수료 논문을 써내야 했다. 나는 논문 제목을 ‘납세자상담과 홍보, 미국, 한국, 대만 비교연구’(Taxpayers Service and Public Information in U․S․A., Koreaand Taiwan)로 정하였다. 그 해 가을 이 논문을 쓰기 위해 나는 미연방정부기관들이 함께 들어가 있는 L.A시청 부근의 Fedral Building을 자주 찾았다. 이 건물에 L.A.District Tax Office가 자리잡고 있었다. 미국 국세청(U.S,I.R.S)은 미국인이면 누구나 그 직무집행의 엄정성으로 말미암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거짓으로 신고 했다가간 결국 나중에 다 들통이 나고 세금 추징은 물론 형사처벌까지도 받기 때문이었다.

자발적신고 수준의 제고가 미국의 국세행정 목표

미국의 국세행정 목표는 어떻게 하면 납세자의 자발적인 성실신고 수준을 제고시킬 것인가(how to indrease the degree of voluntary compliance)로 정해져 있었다. 실로 정곡을 찌르는 행정목표라고 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납세자들이 세법을 몰라 무신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납세상담과 홍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잘 마련해 두고 있었다.
미 국세청은 Washington D.C Constitution Avenue에 있는 백악관 바로 근처에 국세청 본청(National Office)이 있고 그 산하에 수개의 지방청(Regional Office)과 주요 지역에는 신고서를 접수하고 분류하여 전산처리하는 전산서비스센터(SC)가 있고 전산본부(NCC)는 Virginia주에 있었다.
그 밑에 전국에 60여개의 대형 지역세무서(District Tax Office)가 있었는데, 이 지역 세무서(D.T.O)는 우리나라와 같은 소세무서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지방청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대규모 세무서였다.
예컨대, 우리나라 크기의 7배에 달하는 California주 전역을 북쪽에 하나, 남쪽에 하나 2개의 세무서가 커버하고 있었다.
<계속> -매주 月·木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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