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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07. (토)

내국세

고액체납자 감치제도…"행정편의주의 발상" 비등

2014년 국세행정포럼서 제도 도입 제안

2014년 국세행정포럼에서 제기된 '고액·상습 체납자 감치제도' 도입 방안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자 납세저항만 더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액·상습체납자 감치제도'는 1천만원 이상을 1년 넘게 내지 않는 질서위반 과태료 체납자를 법원의 감치명령에 따라 최대 30일까지 유치장에 수감하는 제도를 국세체납자에게도 원용하자는 것으로, 지난 16일 개최된 국세행정포럼에서 제안됐다.

 

법조계와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마디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을 서슴지 않는다.

 

이준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감치제도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인데 세금을 체납했다고 감치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조세채권이 일반채권보다 우선하는 면이 있지만 세금을 안내기 위해 재산을 빼돌린 경우 체납처분 면탈죄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고액 세금 체납자라도 국세행정을 통해 징수하는 방법이 있을 텐데 감치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다분히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국세공무원 출신의 김해주 법무법인 금성 변호사 역시 "체납범은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한데 감치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일선 현장에서 납세업무를 대리하고 있는 세무사계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곽수만 세무사(한국세무사회 부회장)는 "세금을 빼돌려 안내려는 납세자에게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여력이 부족해 세금을 못내는 납세자는 모든 경제활동이 차단되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감치후 체납세금 납부로 풀려난 납세자는 국세청, 세무서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납세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조세전문가들은 체납자 제재에 앞서 징세행정 기법의 전문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실련 관계자는 "감치제도 도입에 앞서 왜 국세체납이 증가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세청의 징수기법이 문제라면 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게 먼저다"고 밝혔다.

 

김갑순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은 "납세자의 권익과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감치요건에 대한 자의적인 적용이 가능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고액·상습체납자 근절의지는 이해가 가지만 조치가 과한 측면이 있다"면서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항상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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