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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게임하자며 지체장애 남성 협박해 돈 뜯어낸 일당 '덜미'

"내가 옛날에 술집에서 사람도 때려봤어. 종업원! 여기 음악 좀 꺼!"

지난 4월25일 오후 11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주점.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사람들과 게임을 하던 오모(31)씨는 갑자기 윽박지르는 사람들 속에서 겁을 먹었다.

이들은 한 여성을 두고 경매하듯 값을 부르는 이른바 '노예팅'을 비롯한 술자리 게임을 하던 중이었다. 술기운이 오르자 일부 사람들이 욕설하고 윽박지르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곳에는 오씨 외에도 여성 2명과 남성 5명이 더 있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여성 1명과 남성 2명은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정신지체 장애 2급을 앓고 있던 오씨는 겁에 질려 움직이지 못했다.

오씨는 한판 당 5만~10만 원이 걸린 게임에서 연거푸 졌다. 게임에 질 때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돈을 찾아오라'고 독촉했다. 오씨가 편의점에 수차례 다녀오는 동안 함께 게임을 하던 김모(27)씨가 따라붙어 통장 잔액을 확인하고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했다.

사실 오씨와 함께 술자리에 남은 4명은 함께 범행을 저지른 일당이었다. 이들은 5년여 전부터 신촌의 원룸에서 합숙 생활을 하며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술자리 게임에 참여한 남성들을 속여 금품을 챙긴 김모(28)씨를 공갈 혐의로 구속하고 강모(28)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씨로부터 11차례에 걸쳐 모두 110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술자리에서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나이가 가장 많은 김모(38)씨는 게임 진행을 맡고 수입금을 관리하는 등 주범 역할을 했다. 구속된 김씨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번개 모임 게시글을 올리고 사람들을 술집으로 유인하는 등 보조 역할을 했다.

강씨는 즉석 만남의 구성원처럼 행동하면서 '노예팅' 경매에 직접 참가해 낙찰가를 올리는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 유일한 여성인 김씨는 '노예 여성'으로 가장하고 피해 남성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한번에 40만~130만 원을 챙기는 등 일주일에 300만~400만 원을 빼앗은 것으로 진술했지만, 주범인 김씨가 대부분 돈을 가로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도 즉석 만남이나 소개를 통해 만난 사이"라며 "나머지 일당은 김씨에게 돈을 요구할 수 없는 상하구조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범인 김씨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돈을 안 주는 대신 생활비를 댔다고 주장한다"며 "10여년 동안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난 만큼 추가 범행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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